#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침뜸 가방과 농사일

최정 / 모모 2011. 6. 12. 12:31

 

 침뜸 가방 - 일을 하러 나갈 때 항상 들고 간다.

 

 

 

침뜸 가방 내용물 - 5센티 호침, 따기침, 9센티 장침, 뜸쑥과 향(불 붙일 라이터도)

 

 

 

침뜸 가방 하나만 있으면 종합 병원이 된다.

모기나 벌레에 물리면 따기침으로 그 자리에 사혈을 해서 피를 한 방울 내면 가려움이 금방 사라지고 가라앉는다.

갑작스런 근육통도 몇 개의 침이면 간단하게 풀린다.

뜸은 주로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와 매일 뜸을 뜨지만 큰 벌이나, 뱀에 물릴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가지고 다닌다.

 

근육통이나 피로가 심한 날은 집에 돌아와 침으로 바로 풀고 잔다.

그러면 다음 날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다.

허리, 어깨, 무릎, 손목, 생리통, 두통, 발목, 손목의 통증 등은 간단하게 잡을 수 있다.

우리 농장에서는 이 침뜸 가방 하나로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깊은 산골에서도 건강하게 농사일을 하고 있다.

 

시간이 좀 여유로운 날은 좀 더 근본적인 치유를 할 수 있다.

등에 있는 독맥, 배에 있는 임맥 등 전신에 침을 유침하면

오장육부의 기능이 좋아지고 원기를 회복할 수 있다. 몸의 균형을 잡아가는 일이다.

날이 흐린 날은 누구에게나 사지관절이 쑤시는 날이다. 침 놓기 바빠지는 날이다.

고된 농사일을 하고 지쳐서 하루 일을 마치고 들어오지만

농장 식구들은 일근육이 생기고 힘도 생기면서 점점 건강해 지고 있다.

 

'밍밍맘'은 매일 요가를 한다. 침을 무서워하지만 안 풀리는 근육통이 있으면 침을 맞는다.

 몇 년째 농사일을 하다보니 누적된 어깨와 팔뚝의 근육통이 있는데 침을 무서워해서 다 풀지 못하고 있다.

 '오체 아빠'는 안마를 좋아하지만 근육통이 심해지면 침을 맞는다.

 이 분은 고행을 즐기는 분이시라 어지간한 통증은 통증으로 치지 않고 그냥 몸의 일부로 여기신다.

 통증이 누적되면 그제서야 침을 찾으신다.

'밍밍 언니'는 뜸을 매일 뜨고 있다. 침을 맞고 사혈도 한다.

 침이 무섭다고 자기 몸에 찌르는 걸 안 하더니 며칠 전에 가르쳐 주었더니 자신의 무릎에 스스로 찌르고 있다.

'최복토'양도 매일 뜸을 뜬다. 뜸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자기 몸에 침도 겁없이 잘 찌른다.

몸이 따뜻해지면서 피로가 풀린다고 점점 뜸자리를 늘려가더니 배가 바둑판처럼 되었다. ^^

몸이 워낙 안 좋았었는데 침뜸을 하고 흙을 밟고 농사일을 하면서

건강해졌다고 스스로 감탄하고는 한다. 요즘 일하는 능력이 부쩍 향상되었다.

 

나는 처음에 안 하던 일을 하자니 온몸의 근육들이 엄청나게 반응을 했다.

침뜸 공부를 할 때보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엄청나게 내 몸을 찌르게 되었다.

침이 없었으면 이 고비를 넘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조금 일도 익숙해지고 근육도 살짝 생기면서 침 놓는 횟수나 갯수가 줄었다.

일이 많은 날 피곤하면 몇 개의 침으로 피로를 풀고 잔다.

 

'밍밍맘'과 '오체 아빠'는 침뜸 공부를 했다쳐도

'최복토'양과 '밍밍 언니'는 침뜸 공부를 한 적이 없지만 우리의 대화는 수준급이다.

 뜸을 뜨거나 침을 맞을 때마다 어느 혈자리인지 물어 보며 자연스레 공부가 되어서 그런지

'공손'에 통증이 와요, '독비'에 침을 찔러야 겠는데요,

'양관'에 통증이 온다, 오늘은 '팔료혈'에 침을 맞고 싶다,

'대장 경락'에 통증이 있다, 아 이런 '견정'이 뭉쳤다,...

 우리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경락, 경혈 이름들이 등장하곤 한다.

 농사일을 하면서 우리의 몸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농사가 바쁜 철이라 책을 몇 줄 읽을 시간이 없기는 하지만

 내 몸에 스스로 임상 그 자체를 하고 있다. 살아 있는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자연과 몸, 경락과 근육 이런 것들을 이론이 아닌, 몸으로 느끼고 관찰하게 된다.

 농사일이 끝나면 한 단계 깊게 침뜸 공부를 해볼 생각이다.

 아, 유기농 관련 공부도 해야 하는데...,

공부할 게 많아져서 즐겁고 행복하다.

참, 우리꽃과 나무 공부도 해볼 참인데! 이러면 공부 주제가 점점 많아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