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아랫집 아저씨네 가을 배추 심기

최정 / 모모 2011. 8. 8. 12:07

2011년 7월 17일 일요일. 흐리다가 더움

 

 

어제 오후에는 비가 많이 왔다.

새벽 2시 경에는 엄청난 빗소리에 뒤척이다가 잠들었던 것 같다.

오늘은 아랫집 아저씨네 감자밭에 배추를 심기로 한 날이다.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매일 131을 눌러 그날그날의 날씨와 주간 날씨를 확인하는 게 일과이다.

계획에 맞추어 일을 할 수가 없다. 날씨에 맞추어 그때그때 일을 해야 했다.

 

오늘 날씨는 대체적으로 흐리기는 했으나 더웠다.

비가 오고 이미 감자밭의 감자줄기는 마르거나 썪었다.

감자줄기가 마르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많은 비로 일찍부터 줄기가 죽어 버렸으니

땅속에 있는 감자들이 무사한 지는 알 수가 없다.

이곳 해발 700미터 고랭지에서는 지금 감자를 캐지 않는다.

해발이 낮은 평지 밭에서는 한창 감자 수확을 해야 할 시기이지만

이곳에서는 밭에다 감자를 두어달 저장을 해두는 셈이다.

기후가 서늘하여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그 감자밭에다가 가을 배추를 심거나 무를 파종한다.

오랜 농사 경험으로 축적된 일일 것이다.

 

 

 

        

감자밭에 배추 심기 - 마른 감자줄기 사이에 배추 모종을 심는 모습

 

 

파종기로 감자 줄기 사에에 배추 모종을 심었다.

파종기를 콱 누르면 자칫 감자가 찍혀서 감자에 상처가 날 수 있다.

살짝 심어주어야 한다.

아래서는 감자가 영글어 있고 그 사이에 배추가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땅이 젖어 있어 따로 복토를 하지 않고 손으로 배추 모종을 꼭 눌러주면 된다.

점심 때가 가까워 오자 매우 습하고 덥게 느껴졌다.

이 골짜기의 서늘한 바람이 아니라면 참으로 일하기 힘든 계절이다.

 

평평한 밭에 배추를 심고 비탈진 밭으로 옮겨가 마저 심었다.

배추를 심고 남은 감자밭에는 무를 파종할 계획이라고 하신다.

우리 농장의 감자밭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도 감자밭에 가을 배추를 몇 줄 심어 놓았다.

나머지에는 무를 파종하게 될 것이다.

 

3달째 농사일을 배우고 있는 나도 이제는 제법 능숙해졌다.

예상보다 일찍 일이 끝났다.

비탈진 밭에서 멀리 보이는 풍경을 가끔 쳐다보고는 했다.

구름이 뭉게뭉게 알 수 없는 그림들을 펼쳐보인다.

고랑에 물이 고여 있어 발이 푹푹 빠지고 허리가 뻐근하기는 했지만

굵은 땀방울을 뚝뚝 흘리는  내 모습이 스스로 흐뭇해진다.

 

 

비탈진 감자밭에서 내려다본 풍경

 

파아란 하늘에 구름이 몰려왔다.

 

구름이 만들어낸 풍경

 

 

이날 드디어 알았다.

비가 오고 양배추 수확에 정신이 없는 사이에 고리니 녀석들이 우리 브로컬리밭에 들어와

브로컬리를 엄청 뜯어 먹었다.

아, 고라니와의 혹독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전쟁도 아니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방어하기에도 역부족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