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읽기/좋은시 읽기

장유 '시골로 돌아와', '농부의 일'

최정 / 모모 2011. 8. 27. 14:50

 

시골로 돌아와 1

 

 

                 장유

 

 

남쪽 산모퉁이에 밭을 일구고

북쪽 산굽이엔 오두막을 지었네.

아침엔 밭에 나가 일을 하고

저녁엔 돌아와서 책을 읽네.

주변에선 나의 고생 비웃겠지만

내게는 더없는 즐거움이라네.

이제야 알겠네, 농사일 배우는 게

벼슬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것을.

 

 

 

 

농부의 일

 

                장유

 

 

사람의 마음은 해와 달 같아

본래 모두 맑고 깨끗하건만

이익과 욕심에 눈이 멀어

어지럽게 다투며 경쟁하누나.

농부의 일 비록 고달프긴 하지만

본래의 성품 지켜 주는 일이라네.

어깨를 으쓱이며 아첨하는 이들 보면

여름철 농사일 힘들 것 하나 없다네.

 

 - 최지녀 편역, 《개구리 울음소리 - 장유 선집》(돌베게, 2006) 중에서

 

 

 

 

* 책소개(출판사) - 과거의 지혜를 빌려 당면 문제의 해결점을 모색하고, 깊이 있는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이다. 21세기 한국인이 부담감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품격과 아름다움과 깊이를 갖춘 국민독본을 만든다는 목표로 기획된 우리 고전 100선 시리즈로 박희병 선생을 중심으로 한 연구자들은 문장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번역 및 윤문 작업을 진행했으며, 방중 기간을 이용한 윤독을 통해 최대한의 정제된 문장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장유는 인조의 측근으로 조정의 높은 벼슬을 역임하면서도 늘 청렴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하였다. 양명학·노장사상에 정통하여, 이들 사상의 영향이 담긴 글을 많이 남겼다. 이 책은 그의 이러한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을 선한 것이다. 이 책의 제목 ‘개구리 울음소리’는 계곡 장유의 대표작 「와명부」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장유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천지와 음양의 조화를 터득했다고 한다.

장유가 볼 때, 인간은 제가 보고 듣고 먹기에 즐거운 사물은 마음껏 이용하고, 제가 보고 듣고 먹기에 괴로운 사물은 없애려 드는, 듣기 싫은 소리를 내는 “큰 개구리”에 불과하다. 오히려 다른 생물에게 끼치는 해악은 조그만 개구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계곡 장유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인간과 사물의 관점을 동시에 취하는 것, 달리 말해 나와 남의 관점을 동시에 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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