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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당신 생각'

최정 / 모모 2011. 4. 23. 13:28

당신 생각

 

 

                                             김태형

 

 

 

 

필경에는 하고 넘어가야 하는 얘기가 있다

무거운 안개구름이 밀려들어

귀밑머리에 젖어도

한번은 꼭 해야만 되는 얘기가 있다

잠든 나귀 곁에 앉아서

나귀의 귀를 닮은 나뭇잎으로

밤바람을 깨워서라도

그래서라도 꼭은 하고 싶은 그런 얘기가 있다

 

 

 

 

 

김태형, 《코끼리 주파수》(창비, 2011) 중에서

 

 

* 저자 소개 - 김태형 :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92년 〈현대시세계〉에 시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로큰롤 헤븐』『히말라야시다는 저의 괴로움과 마주한다』가 있다.

 

* 책소개(출판사) - 인간 내면의 고독과 열정을 치열하고 대담한 언어로 그려온 김태형 시인이 7년 만에 펴낸 세번째 시집. 스무세살의 나이에 등단, 특유의 관찰력과 젊은 시의 역동성으로 주목받은 그는 인간의 밑바닥까지 철저하게 파고드는 초기의 의식을 잃지 않으면서도 좀더 다양하고 폭넓어진 시편들을 짜임새 있게 묶어 이번 시집에 담았다. 때로는 거칠고 가파른 언어로 때로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언어로 생의 안팎을 가로지르는 그의 시들은 삶의 근원을 찾아가려는 시인의 행로 곳곳에서 제각기 고유한 시적 에너지를 발한다.
『코끼리 주파수』에는 단 한 권의 시집이 담아냈으리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꽤 진폭이 큰 시들이 담겨 있다. 초반부에서는 다소 격정적이고 강한 언어를 구사하며 혹독한 고독의 여정으로 독자를 이끌었던 시인은 후반부에 이르러 한층 감성적이고 섬세한 시들을 선보이며 그동안의 상처를 보듬어준다. 그리고 이러한 폭 넓은 흐름 속에서 7년 동안 고심어린 작품쓰기에 매진해 온 시인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