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양상추밭에서 발견한 염소와 황소의 차이

최정 / 모모 2011. 9. 14. 15:04

2011년 8월 16일 화요일. 흐리다가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저녁에 집중호우가 무섭게 지나감

 

 

계획에는 없었다고 하는데 가을에 수확할 양상추를 심게 되었다.

가공용으로 계약 재배되는 것이다.

아침부터 멀칭을 하고 밭을 만들었다.

한 400여 평쯤 될까? 봄 브로컬리를 심었던 밭이다.

봄 양상추에 대한 몇 가지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사실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다.

몇 백 박스를 몇 날 며칠 수확하고도

오래 저장을 하지 못하는 양상추의 특성상 일부가 썩어가는데도 다 출하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시장에서는 국내산 양상추가 부족해 중국산을 수입해 오고 있었는데

출하의 여러 구조적 체계와 여건상 마음처럼 다 출하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예민한 양상추를 잘 키워낼 수 있을 것인가.

비가 올 예정이라는 일기 예보가 있으니 복토는 따로 안 하고 눌러주기만 하면 되었다.

 

빗방울이 생각보다 일찍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비를 입고 눌러주기를 했다.

서울과 인천에서는 강력한 집중호우가 내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니나 다를까, 한 시간쯤 후에 이곳에도 강력한 비가 쏟아진다.

서서히 머리가 무거워지더니 비가 퍼부을 때는 머리가 아파왔다.

습열이 올라온 것.

강력한 습이 매개된 올 여름을 잘 지낸다 했는데 이런 두통은 처음이었다.

아무튼 비가 오거나 말거나 다들 그대로 일을 한다.

저녁까지 심기를 마치고 우리들은 들어왔는데

'오체 아빠'는 빗속에서 망치기 작업을 하느라 늦게 들어왔다.

빗속에서, 어둠 속에서 망을 치고서야 들어온다. 아무나 못 할 일이다.

 

너무 많은 비가 단시간에 쏟아져 양상추들이 잘 자리를 잡을까 걱정했는데

일부 죽은 것들을 빼고는 신기하게 잘 자랐다.

 

양상추 모종판을 나르는 '밍밍 언니'

 

파종기로 양상추를 심는 '오체 아빠'와 '최복토' 양

 

엄청난 빗줄기에 귀가 먹먹할 지경인데 '오체 아빠'는 끄떡도 안 하고 모종 눌러주기를 한다.

나는 비를 피해 잠깐 작업장으로 나와서 쉬어야 했다.

강력한 습열이 올라와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던 것. 따기침과 몇 개의 호침으로 밤에는 편히 잠들었다.

이럴 때는 자급자족 의료가 된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워진다.

 

 

 

2011년 8월 28일 일요일. 맑고 무더움

 

 

남자 손님 두 분이 온 김에 양상추밭 인걸이를 하게 되었다.

양상추밭에 풀싹이 슬슬 올라올 때가 되었다.

우리가 하면 헉헉거리면서 오래 걸렸을 텐데, 역시 금방 끝낸다.

 

일명 '황소(?)'가 끄는 인걸이. 좀 끌만하니까 끝났다고 아쉬어 하셨다.^^

 

일명 '염소(?)'가 끄는 인걸이. 어째 위태로워 보인다.

'디쥬리드'를 연주할 때만 해도 근사해 보였는데, 좀 안 돼 보인다.^^

 

 

이렇게 뜻밖의 손님이 와서 밀린 일을 후딱 해치워 줄 때가 종종 있다.

그래도 우리 농장의 농사일은 늘 밀려 있고 바쁘기만 하다.

 

이 다음의 양상추밭 인걸이는 9월 7일 수요일에 했다.

놀러오셨다가 일을 해야만 했던 '야인 아저씨'가 거름도 주고 인걸이도 해주고

고생만 하시고 후닥닥 가셨다.

 

 

                 

                                                             9월 6일의 양상추밭 사진. 잘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