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산골 고랭지 배추를 도시에서 보니

최정 / 모모 2011. 9. 14. 17:00

 

2011년 9월 3일 토요일. 흐리고 바람 심함. 가끔 빗방울 떨어짐

 

 

배추 모종을 심은 지 50여일 만에 수확을 하는 날이다.

여름 배추는 기후 여건상 어렵다고 한다.

이곳은 고랭지라서 여름 배추가 가능한 것이다.

추석 전에 출하할 수 있도록 시기를 조절하여 심는다.

 

배추가 벌레도 크게 없고 잘 자랐다.

막바지 김매기도 잘 되어 보기에서 실해 보였다.

결구가 덜 되어 아직 더 자라야 할 배추들이 보이기는 했으나

출하 날짜를 맞추어 수확을 했다.

 

배추 밑둥을 자르면 망에 두 개씩 담는다.

망 안에 생산자 이름이 들어간 카드를 넣고 끈을 묶으면 된다.

실한 배추들을 보니 일하는 맛이 난다.

배추가 이렇게 잘 자랐다니, '밍밍 엄마'는 신기해 한다.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다면 배추를 더 많이 심는건데...

어찌 알겠는가. 다 자연이 주는 것이거늘.

 

아무렴, 잘 되는 작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배추의 크기가 좀 작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법 크다.

한 망에 3킬로 정도로 무게를 맞추어 넣었다.

 

'밍밍 언니'가 갓 수확한 배추로 겉절이를 했는데

그 맛이 정말 끝내 주었다. 고소함과 단맛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고랭지 유기농 채소에 맛을 들였으니 이제 다른 채소는 맛이 없어 졌다.

 

배추를 수확한 후 바로 탑차가 와서 실어 갔는데

박스가 아닌 불규칙적인 망에 들어 있다보니

차 안에 잘 쌓아 싣는 것도 일이 되었다.

마침 아시는 분이 밭을 둘러 보러 왔다가 도와 주셨다.

배추를 차에 실어본 적이 많으신 듯 했다.

 

다른 작물보다 적게 심었으나 그나마 만족스런 배추 수확을 한 날이라서

우리는 이날 외식을 했다. 갈비도 먹고 곱창도 먹었다.

아, 너무 배부르게 잠 든 날이다.

 

추석 때 도시에 올라와 생협에 들렸는데 배추가 눈에 들어 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생산자 이름을 보니

아, 우리보다 3일 늦게 수확한 아랫집 아저씨 이름이 보였다.

산골 마을에서 같이 올라온 배추를 보니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우리밭에서 생산된 배추도 추석 김치를 만들어 누군가 맛있게 먹었을 테지...

 

 

 

 

실하게 자란 배추밭 풍경

 

 

 

크고 묵직한 놈을 골라 찍어 봤다.

 

 

 

배추를 망에 담는 후배와 '최복토' 양

 

 

 

망에 담긴 배추의 모습. 곧바로 소비자의 손으로 갈 것이다.

 

 

 

 

배추를 망에 담아 놓은 모습

 

 

 

배추밭에 따라 나선 '밍밍'. 얘는 참 죽어라고 밭에 따라 다닌다.

안 데려가도 지가 알아서 먼 거리를 달려 찾아 온다.

그래도 우리가 데려갈 수 없는 곳은 "오지마! 가!"라고 소리쳐 보내면 알아 듣고 안 따라 온다.

 

 

 

배추잎 아래 누워 낮잠을 잔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더니 툭하면 낮잠을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