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0-2012년 시

추석 전야

최정 / 모모 2011. 9. 14. 11:03

 

 추석 전야

 

 

 

                          최 정

 

 

 

 기울어진 지붕 아래로 쉴 새 없이 빗물이 흘러내립니다. 다 된 형광등처럼 팔순 노모의 기억력이 깜빡깜빡합니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도 같이 깜빡깜빡합니다.

 

 긴 초저녁잠에서 깨어난 노모가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이불을 개고 세수를 하고 옷을 단정하게 갈아 입으십니다. 이미 노모의 기억력은 추석날 아침입니다.

 

 비구름 뒤에 숨어 배부른 저 달도 추석이 지나면 스러질 일만 남았을 테지요. 이내 노모는 깜빡깜빡 다시 졸고, 나도 깜빡깜빡 잠이 들다 날이 밝았습니다. 빗소리가 야속하게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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