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0-2012년 시

학생과학대사전

최정 / 모모 2011. 3. 8. 03:31

 학생과학대사전

 

 

 

                      최 정

 

  

 책장 구석에 박힌 학생과학대사전.버리려고 펼쳐보니 갈피마다 껌 종이들이 끼워져 있네.

 

 명시와 옛시조 새겨진 아, 추억의 에뜨랑제 츄잉껌 종이들이 살랑살랑 일렁이네.

 

 수백 장의 껌 종이를, 아니 수백 편의 시를 쪼그리고 앉아 벌 받듯 읽어 가네.

 

 스무 살 어느 봄날 시에 반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춘기 시절의 내가 사전 속에 박제되어 있네.

 

 은행잎, 단풍잎, 심지어 커다란 플라타너스 낙엽까지 학생과학대사전은 한 이십년쯤 거뜬하게 품고 있네.

 

 간지러운 바람이 살랑살랑 일렁이네. 기지개 켜는 한 알의 씨앗이 땅속에서 봄비를 애타게 기다리듯 그렇게 대책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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