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0-2012년 시

막차

최정 / 모모 2012. 2. 6. 18:40

 

 막차

 

   

 

                          최 정

 

 

 

 막차,

 이 말은 나를 설레게 한다

 

 시외로 가는 차표를 끊곤 했다

 여고 2학년 하숙생 시절

 낯선 곳을 떠도는 방랑자처럼

 나의 설렘은

 차창에 부딪치는 바람을 가르며 질주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나의 미래가

 엉킨 실타래처럼 창밖으로 펼쳐졌다

 그러나 알고 있었다

 하숙집으로 돌아오는 막차를 타게 되리란 것을

 돌아올 곳이 있다는 건 늘 다행이었다

 어둠의 입자처럼 착 달라붙어

 캄캄한 차창 응시하며 돌아오는 길

 다시 얌전한 아이가 되곤 했다

  

 막차,

 이 말은 아직 나를 설레게 한다

 이 마지막 차를 탈까 말까 위태롭던

 그 막막함이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다

 

 겨우 잡아탄 막차처럼 또 내 인생은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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