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읽기/좋은시 읽기

유홍준 '버드나무집 女子'

최정 / 모모 2012. 2. 23. 11:08

버드나무집 女子

 

 

                                                       유홍준

 

 

 

 버드나무 같다고 했다 어탕국숫집 그 여자, 아무데나 푹 꽂아놓아도 사는 버드나무 같다고…… 노을강변에 솥을 걸고 어탕국수를 끓이는 여자를, 김이 올라와서 눈이 매워서 고개를 반쯤 뒤로 빼고 시래기를 휘젓는 여자를, 그릇그릇 매운탕을 퍼담는 여자를, 애 하나를 들쳐업은 여자를

 

 아무데나 픽 꽂아놓아도 사는

 버드나무 같다고

 검은 승용차를 몰고 온 사내들은

 버드나무를 잘 알고 물고기를 잘 아는 단골처럼

 여기저기를 살피고 그 여자의 뒤태를 훔치고

 입안에 든 민물고기 뼈 몇점을

 상 모서리에 뱉어내곤 했다

 

버드나무, 같다고 했다

 

 

 

유홍준, 『저녁의 슬하(창비, 2011) 중에서

 

 

 

* 저자 소개 : 유홍준 - 1962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1998년 『시와반시』신인상에 「지평선을 밀다」 등이 당선되어 등단했고 시집으로『喪家에 모인 구두들』『나는, 웃는다』『저녁의 슬하』가 있다. 2005년에 젊은 시인상을, 2007년에 시작문학상과 이형기문학상을 수상했다.

 

* 책소개(출판사) - 1998년 『시와반시』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자신의 음역을 넓혀온 유홍준 시인이 5년 만에 펴내는 세번째 시집. “독자적인 발성법으로 해체시와 민중시 사이에 새로운 길 하나를 내고 있다”고 평가받은 유홍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한층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감각으로 우리 삶을 더욱 농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삶의 의외성과 돌연성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거침없는 시세계가 대담하면서도 경쾌하다.
 시인의 시에서 보이는 가벼움과 수월성은 “용암의 뜨거움을 거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가벼움, 제 안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난 다음에야 도달하게 되는 무서운 가벼움”이다. 관념적인 언어로 치장된 사유보다는 의외의 발상과 감각적인 이미지로 삶의 전경을 찍어내는 그의 시는 남다른 기대심과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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