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의 하루
최 정
찬 기운 털고 일어나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배추 된장국에 밥 한 술 뜨고
개밥
고양이밥 주고
봄 햇살에 잔설 녹는 소리 들리는
오늘은 춘분
웅크렸던 몸 햇살에 말리며
땔 나무 주워 모으다
고로쇠물 한 사발 들이켜니
내 몸도 고로쇠나무처럼 땅속 깊숙이
뿌리를 뻗을 것만 같아
팔 벌려 저 하늘에 닿을 것만 같아
산골의 밤은 긴가 봐
해가 산등성이에 걸릴 때쯤
서둘러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묵묵히 군불 때던 아버지의
커다란 등이 그리워지는 오늘은 춘분
매캐한 연기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봄이 더디 오는 산골의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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