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0-2012년 시

산골의 하루

최정 / 모모 2012. 3. 23. 10:47

 

 산골의 하루

 

 

 

                    최 정

 

 

 

 

 

찬 기운 털고 일어나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배추 된장국에 밥 한 술 뜨고

개밥

고양이밥 주고

봄 햇살에 잔설 녹는 소리 들리는

오늘은 춘분

 

웅크렸던 몸 햇살에 말리며

땔 나무 주워 모으다

고로쇠물 한 사발 들이켜니

내 몸도 고로쇠나무처럼 땅속 깊숙이

뿌리를 뻗을 것만 같아

팔 벌려 저 하늘에 닿을 것만 같아

 

산골의 밤은 긴가 봐

해가 산등성이에 걸릴 때쯤

서둘러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묵묵히 군불 때던 아버지의

커다란 등이 그리워지는 오늘은 춘분

 

매캐한 연기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봄이 더디 오는 산골의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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