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귀농 첫해 농사 배우기(2012년)

주말 농장팀과 텃밭 감자를 캐던 날

최정 / 모모 2012. 7. 15. 23:36

 

경기도에서 주말 텃밭 농사를 짓는 공동 경작팀이 우리 농장을 방문하셨다.

이래저래 침뜸공부를 통해 아는 분들이고

그곳은 비가 많이 온다는 주말이라고 하니 멀리 이곳까지 오신 것이다.

 

 

 

 

텃밭에 감자를 다섯 줄 심었는데 마침 손님들이 오셨으니 감자를 캐기로 했다.

풀이 가득했던 감자밭에 대강 낫질을 먼저 해 놓고 호미로 감자를 캤다.

 

 

 

 

경기도는 올해 두 달 넘게 비 한 방울 오지않아 주말 텃밭에 심은 작물들이 다 말라 죽어갔다고 한다.

감자는 모두 조림감자용 정도로 아주 작다고 했다.

 

우리 마을은 운 좋게도 감자가 여물 시기에 간혹 소나기가 와 주어서

작년과는 다르게 감자 알이 굵은 편이다.

텃밭 감자는 초반에 김매기 두어 번만 하고 놔 둔 상태라 덜 굵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잘 된 거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감자를 캐 보는 여덟 살 어린이!

 

 

 

 

 

맨발로 흙을 밟으니 아주 폭신해서 좋다고 하신다.

금방 감자 한 박스가 채워져 간다.

 

 

 

 

 

주중에는 일하시고, 주말에만 농사일을 하시지만 다들 능숙하시다.

그래도 아직 어설퍼서 힘들어 하시는 분도 있다.

 

 

 

 

 

새벽에 꽤 내린 비로 흙이 젖기는 했지만 그래도 질척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고맙게 잘 자라준 감자들!

 

 

 

 

 

우리 농장 식구들은 그저 흐뭇하게 바라 본다.

때론 잘들 하시나 감독도 해 보면서...^^

 

 

 

 

소출이 없다시피한 주말 텃밭 감자와 크기가 너무 달라

당황스러운 한 분!

 

수확의 기쁨을 누려 보라고 한 일이 도리어 약을 올려주는 일이 되었다. -_-;;

사실, 출하를 하려고 관리를 한 감자밭은 텃밭 보다는 알이 더 굵기에...

 

 

 

 

주말 농장에 대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들으며...

 

 

여건상 작물이 필요로 할 때가 아닌, 주말에만 밭에 가야 하니까

제대로 된 밭 관리가 될 수 없단다.

다행히 다들 뭔가 큰 수확을 바라시지는 않는다.

흙을 밟고, 만지고 여럿이 삶을 나누고..., 공동 경작을 하니 서로 어우려지고...

도심에서 직업을 가지고 살지만 농사의 정신을 담아 보려는 주말 공동 경작팀다웠다.

 

관측 이후 최고로 가물었다는 올해는 작물이 다 타버려서

올 여름에는 주말에 그냥 놀게 생겼다고 하신다.

그러니 하늘만 바라본 농부의 마음은 어땠을까...

 

 

 

 

 

감자 다섯 줄을 금방 캤다.

 

 

 

 

흙을 씻어 내니 감자가 유난히 뽀얗다.

 

 

 

 

막 캐온 감자를 옥수수와 함께 쪘다.

바로 쪄서 먹으면 그 맛이 정말 끝내 준다!

 

 

 

 

손님들이 사오신 삼겹살이 구워지고

 

 

 

 

 

막 캐온 감자로 감자전을 부치고

먼 곳에서 손님이 보내주신 사케, 손님이 담가 준 막걸리, 우리가 담근 마가목주!

텃밭에서 막 따온 쌈채소들, 찐 감자, 옥수수...

와, 배가 부르다.

 

우리 농장은 아직 밭에 심은 감자 수확도 다 못 마치고 일이 밀린 상태여서

텃밭 감자는 언제 캐나 했는데, 마침 손님들이 와서 잘 캐 주셨다.^^

농사 자체를 귀히 여길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 더 좋은 날이었다.

 

 

 

 

우리가 배부른 저녁을 먹는 동안

우리 머리 위에서 큰 거미 한 마리도 포식을 하고 있었다.

불빛에 뛰어든 나방 한 마리를 잡아 오지게 돌돌 말았다.

거미도 배부른 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