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을 하며
최 정
대학 보내준
굽은 허리 온라인 통장 받아
마르크스와 레닌 사들면
전공책에 쓰여 있지 않던 깨우침들
평생 닳고 닳은 농부의 낫 있다고
철거촌 지키는 비닐천막 있다고
철야 버틴 노동자의 소주 있다고
언제부터인가
찬 서리 같은 땀 끊이질 않아
불안하게 손바닥 닦는 버릇 생겼다
화려한 네온사인 대학을 포장하더니
어릴 적 친구 북두칠성 삼켜버렸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바람처럼 떠돌다 휴학해 버린 나
갑자기, 살아남고 싶어졌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처럼
생은 또 얼마나 지독한가
* 브레히트의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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