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대학 시절 시(1992-1996)

휴학을 하며

최정 / 모모 2010. 12. 4. 12:31

휴학을 하며

 

                 최 정

 

 

대학 보내준

굽은 허리 온라인 통장 받아

마르크스와 레닌 사들면

전공책에 쓰여 있지 않던 깨우침들

평생 닳고 닳은 농부의 낫 있다고

철거촌 지키는 비닐천막 있다고

철야 버틴 노동자의 소주 있다고

 

언제부터인가

찬 서리 같은 땀 끊이질 않아

불안하게 손바닥 닦는 버릇 생겼다

화려한 네온사인 대학을 포장하더니

어릴 적 친구 북두칠성 삼켜버렸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바람처럼 떠돌다 휴학해 버린 나

갑자기, 살아남고 싶어졌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처럼

생은 또 얼마나 지독한가

 

 

 

* 브레히트의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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