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앞에서
최 정
산골에 첫서리가 오려는지 오늘따라 아궁이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 초저녁 얼굴을 내민 별들에게까지 들릴 것만 같습니다
여고시절 긴 생머리 청순하던 미선이는 이 시간 남편과 딸의 저녁밥 짓고 있을까
환한 함박웃음 매력적이던 순희는 지금쯤 내 안부 궁금해 할까
그리운 얼굴 하나하나 아궁이의 불꽃처럼 너울너울 춤을 춥니다
따뜻해진 정강이와 무릎 쓸어보며 오늘 하루도 이만하면 됐다, 자족해 봅니다 산골의 밭일은 저절로 그러한 삶을 가르쳐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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