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앞에서 2
최 정
조선 시대쯤 지어졌다는 낡은 기와집 건넛방에는 커다란 쇠죽솥이 걸려 있었는데요 아버지는 저녁마다 장작을 넣고 쇠죽을 쑤셨지요
안방 부엌에서는 엄마가 잔솔가지 부러뜨려 아궁이에 불을 지폈지요 무쇠 밭솥에서 구수하게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어요
어둠이 내리는 마당에 서서 지붕 위로 둥실 떠오르는 달 한 번, 엄마 한 번, 아버지 한 번 보며 아무 걱정 없는 유년 시절이었어요
그 환한 아궁이가 아직, 흑백 사진처럼 내 몸 어딘가에 아련하게 박혀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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