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자들을 찾아 전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머리도 식힐 겸 청량사에 들렸다.
초겨울, 아니 늦가을 치고는 바람도 세고 제법 쌀쌀한 날이었다. 11월 17일
주차장에서 가파른 길을 30여 분쯤 올라갔을까?
가파른 곳에 청량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솟아오른 봉우리에 나무들이 어찌 저리 살아갈까?
여기서부터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산책하듯이 경내를 둘러 봤다.
몸을 저절로 숙이게 만드는 가파름
물을 한 사발 마시니 가쁜 숨도 가라앉고 머리가 맑아진다.
가파른 절터의 배수로가 작품이다. 나무통에서 나무통으로 물이 흘러 내린다.
낙엽조차도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네.
탑이 바라 보는 곳은 어디쯤일까?
추위에 약한 농장 식구 '가디'가 탑 앞에 서니, 제법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가파른 곳에 들어선 청량사. 적재적소에 배치된 건물들
살짝 옆길로 들어서 본다.
아주 작고 아담한 연못과 돌탑
주변과 참 잘 어울리는 배치가 아닐까?
집약적 구조와 아담함. 눈에 거슬리는 게 없어 편안한 마음이 절로 인다.
고무신에도, 기왓장에도 꽃이 피었다가 졌겠지. 아기자기 버릴 것 없는 소품들
위태로움 속에 길이 있는 것일까?
가파르면 그대로 가파른 경사에 맞게 장독대도 늘어서 있다.
청량사 경내를 돌고 반대편으로 내려 오는 길
호젓한 산길이 운치가 있어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다.
이번 여행길에 만났던 사람들, 집들, 골짜기들, 나눈 얘기들...
이 고목에서도 내년 봄에 싹이 틀까?
오래도록 내 시선을 잡아 끈다.
바위굴이 있다. 아득한 옛날 어느 고승이 들어 앉아 명상을 하지 않았을까?
다시 출발지로 내려 오니, 그제사 시가 새겨진 비석이 눈에 들어 온다.
도대체 금강산은 어떠하길래, 풍광이 멋진 곳은 다 작은 금강에 비길만 하다 한 걸까?
바람이 심해지고 날은 점점 추워졌지만 눈은 시원해졌다.
그래, 가파르면 가파른 대로 다 길은 있는 법, 다 살게 되는 법인 게지.
'# 여러 짧은 글 > 떠나보기-산이나 들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경 속의 백담사 (0) | 2012.12.30 |
---|---|
단풍 놀이 2 - 오대산 트레킹 (0) | 2012.10.17 |
단풍 놀이 1 - 은행나무 숲 (0) | 2012.10.17 |
6번 국도를 따라 동해로 넘어가다 (0) | 2012.08.24 |
4월의 마니산 풍경 (0) | 2011.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