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 백담사로 가는 버스가 없어 7킬로미터를 걸어 올라가야 했다.
그리 추운 날도 아니었으니 눈길을 걷는 것도 괜찮으리라.
백담사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바위
아슬하게도 나무들이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얼어 붙은 계곡에 눈이 쌓인 풍경
길가에 누군가 귀여운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잠시 쉬어 가라고 발길을 붙드네.
드넓게 펼쳐진 계곡 풍경
백담사가 얼마 남지 않았건만, 어떤 기분이어야 할지 찹착하다.
만해 한용운의 시를 떠올리는 것보다는 백담사를 더럽힌 추악한 현대사의 발자국이 더 선명하게 떠오르니 말이다.
고즈넉한 산사를 방문하는 나의 발길을 왜 무겁게 만드는지 분노하기에는 그 감정조차도 아까웠다.
1시간 30여분을 걸어와 드디어 백담사 입구에 섰다.
여전히 눈발은 휘날리고 긴 다리를 걸어 백담사로 들어 선다.
다리 밑을 흐르는 계곡인지, 개울인지 이곳에 수백 개의 돌탑이 늘어서 있다.
저 소원들의 간절함 보다 나는 그저 작은 돌탑들이 전해주는 운치를 느껴볼 뿐이다.
작은 돌탑 반대편에는 물의 흐름이 빨라 얼지 않은 물길이 선명하다.
참으로 아담하고 평화로운 곳에 절터가 위치해 있다.
저절로 고즈넉해지고 평화로워져야 할 곳처럼...
만해 한용운 기념관
만해 한용운 기념관 앞의 동상과 시비
시비에는 <나룻배와 행인>이 새겨져 있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출발해서 시간이 촉박했다.
찬찬하게 경내를 돌아볼 여유가 없이 카메라에 사진 몇 장만을 급히 담은 채 돌아서야 했다.
곧 어둑해질 테니 아쉬워도 돌아설 수밖에...
다시 돌아 오는 길
눈발은 더 굵어지고 날은 점점 어둑해진다.
올 한 해가 이렇게 지나간다. 설경 속에서 눈을 실컷 밟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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