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연가
- 어떤 날은
최정
땀이 흥건해지도록 괭이질을 해도
괜히 쓸쓸해지는 날이 있어
새들의 재잘거림도 자기들만의 밀어(蜜語)처럼
야속해지는 날이 있어
이런 날은
시큰둥하게 밭둑에 앉아
먹지도 않을 쑥 잎 뜯어보다가
망초 잎 잘게 찢어보다가
어느새 당신 얼굴도 일그러뜨리다가
안 되겠다 싶어 다시 기운을 내어
더 매섭게 괭이질을 하지
산그늘 시원하게 내려 앉아
살랑살랑 바람까지 부는데
등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부질없이 내 눈물이면 좋겠다며
괜히 쓸쓸해지는 날도 있어
'# 창작시 - 최정 > 2013-14년 산골연가(청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골 연가 - 시인의 바위 (0) | 2013.06.10 |
---|---|
산골 연가 - 명상 (0) | 2013.06.10 |
산골 연가 - 양파를 까며 (0) | 2013.06.10 |
산골 연가 - 찔레꽃 (0) | 2013.06.10 |
산골 연가 - 민들레, 10㎝의 사랑 (0) | 2013.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