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산골 연가 - 어떤 날은

최정 / 모모 2013. 6. 10. 19:36

 산골 연가

      - 어떤 날은

 

                              최정

 

 

 

 땀이 흥건해지도록 괭이질을 해도

 괜히 쓸쓸해지는 날이 있어

 

 새들의 재잘거림도 자기들만의 밀어(蜜語)처럼

 야속해지는 날이 있어

 

 이런 날은

 시큰둥하게 밭둑에 앉아

 먹지도 않을 쑥 잎 뜯어보다가

 망초 잎 잘게 찢어보다가

 어느새 당신 얼굴도 일그러뜨리다가

 

 안 되겠다 싶어 다시 기운을 내어

 더 매섭게 괭이질을 하지

 

 산그늘 시원하게 내려 앉아

 살랑살랑 바람까지 부는데

 등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부질없이 내 눈물이면 좋겠다며

 

 괜히 쓸쓸해지는 날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