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연가
- 태풍
최 정
먼 바다에 태풍이 지나 갔다지요
종일 집안에 발 묶여 있을 만큼
매서운 바람 지나고
산골의 아침은 옷깃을 여밉니다
붉고 노란 발자국들이 산기슭까지 내려와
어지럽게 찍혀 있습니다
모든 걸 휩쓸어 갔다지요
우리의 탐욕도 휩쓸어 갔을까요
산골의 아침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적막한데
물감 풀어 푹푹 붓질한 저 붉고 노란 발자국은
누가 보낸 질펀한 유혹인가요
옷깃 바짝 여미고 찬이슬 밟으며 밭으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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