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산골 연가 - 세월호 후의 세월

최정 / 모모 2014. 10. 18. 13:10

산골 연가

 - 세월호 후의 세월

 

 

최 정

 

 

 

별을 세지도 않았고 달빛 아래 서 있지도 않았습니다

 

숲속 산책길은 버림받았습니다

이름 모를 꽃들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밥을 굶지도 않았습니다

꼬박꼬박 끼니를 챙겨 먹고 종일 밭에 나가 지치도록 일을 했습니다

 

감자꽃 지고

호박꽃 지고

 

밭둑에 앉아 미친 듯 낫질을 하다

 

참깨꽃 지고

들깨꽃 지고

 

귀 막고 입 닫고 가만히 있으라, 는

이 수상한 세월에 산골의 시간은 그대로 입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습니다

그대로 고려가 가고 조선이 가고 또 한 세상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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