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산골 연가 - 태풍

최정 / 모모 2014. 10. 25. 22:22

산골 연가

- 태풍

 

 

최 정

 

 

먼 바다에 태풍이 지나 갔다지요

 

종일 집안에 발 묶여 있을 만큼

매서운 바람 지나고

산골의 아침은 옷깃을 여밉니다

 

붉고 노란 발자국들이 산기슭까지 내려와

어지럽게 찍혀 있습니다

 

모든 걸 휩쓸어 갔다지요

우리의 탐욕도 휩쓸어 갔을까요

 

산골의 아침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적막한데

 

물감 풀어 푹푹 붓질한 저 붉고 노란 발자국은

누가 보낸 질펀한 유혹인가요

 

옷깃 바짝 여미고 찬이슬 밟으며 밭으로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