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대학 시절 시(1992-1996)

故 김남주 시인의 묘소에서

최정 / 모모 2010. 12. 4. 13:21

 

故 김남주 시인의 묘소에서

 

                                                   최 정

 

 

찌르르, 찌르르

덜컹이는 차창에 매달려

여치 한 마리 따라 왔나 봅니다

무명열사의 무덤 지나 당신이 누운 곳

찌르르, 찌르르

여치 한 마리가 안내해 주고 있습니다

 

술 한잔 올릴 때마다

슬픔처럼

메뚜기가 툭툭 튀어 오릅니다

 

들녘에는 절망의 내용도 없이

낟알의 속살 속절없이 여물고 있는데

이슬 젖은 신발 무거워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얼마나 더 덜컹거려야

저 앞에 떠오르는 해, 바로 볼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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