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최 정
들기름에 달달 볶으면 방아깨비처럼 뛰어놀던 어린 시절 먹을거리 되었지
마냥 신났던지 눈꼽 비비며 지게 꽁무니 따라나서면
아버지는 이슬 마르기 전에 많이 잡으라고 한 움큼 씩 벼를 베어 앞에다 밀어 주었지
토실한 이삭 사이 이슬 덮고 잠들어 있던 메뚜기
농약 때문에 다 없어졌는데
반갑게 나타나 추억의 꼬리 풀고 보니
메뚜기 돌아온 곳
잡초 우거진 삭정이 논이구나
낫질할 기력도 없이 꼬부라진 허리로
남은 생 날짜만큼 잡아보는 아버지
따가운 볕 사이로 빈혈처럼 튀어 오르는 메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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