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식당
최 정
허기진 내게 까치밥 한 그릇
공양해줄까 두드린 감나무 식당
낮잠에서 막 깨어난 할머니가
끓여 낸 김치 전골
경상도 음식 짜기로 유명하다지만
깜박 잊고
까치밥 뚝딱 비웠을 때
여기가 바로 불국사佛國寺로구나
난로 가에 졸고 있는 누렁이
눈 한번 껌벅일 때마다 백팔번뇌 지나가고
텔레비전에 넋 놓고 있는 할머니가
득도한 고승처럼 느껴지는
불국사 아래, 감나무 식당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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