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0-2012년 시

우물

최정 / 모모 2010. 12. 6. 14:41

 

우물

 

 

                           최 정

 

 

 

어둠이 물감처럼 풀어진 우물이 있었다

아이가 퍼 올리고 퍼 올리는

커다란 두레박에는 어둠이 가득 했다

 

함께 살던 돼지가 목을 따인 채

우물 옆에서 붉은 피를 콸콸 쏟아냈다

 

우물에는 늘 이끼가 푸르렀다

아이도 이끼처럼 빨리 자랐다

 

어둠을 퍼 올리고 퍼 올리면

언젠가 맑은 물이 쏴아 하고 쏟아질 거라고

아이에게 미처 말해 주지 못했다

 

대신 우물 옆에는 오래된 앵두나무가 있어

아직 붉은 열매를 맺고 있다고 일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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