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大雪
최 정
막걸리 잔이 몇 순배 돌아가고
눈이 날린다
눈처럼 축축해진 몸을 끌고 들어와
포근한 이불 속에 파묻는다
창밖에는 여전히 눈이 날린다
이불깃을 얼굴까지 끌어올리자
잠이 눈처럼 쏟아진다
죽음도 이렇게
노곤한 잠처럼 찾아와 준다면
참 따스할 텐데
창밖에는 밤이 새도록 눈이 날릴 테고
나는 까무룩 잠이 들면서
눈 쌓인 자작나무를 자꾸 떠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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