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0-2012년 시

떠돌이 식물

최정 / 모모 2010. 12. 24. 01:52

떠돌이 식물

 

 

                   


   최 정

 

 

 

 

나는 식물이다


태양을 안아 대기와 사랑 나누고


땅의 젖줄 빨아올려 숨을 쉬는 식물이다


그러나 나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떠돌이 식물


지구가 커다란 부레를 펼쳐 광활한 우주를 주유하듯


나는 지구에 올라타 몸통을 도시락처럼 싸들고


날마다 날마다 죽을 때까지 떠돌아다닌다


나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떠돌이 식물


대기와 호흡하는 몸통은 나의 땅


나는 땅을 도시락처럼 싸들고 돌아다닌다


도시락 속 살아갈 궁리로 바쁜 오장육부가 따스하다


나는 떠돌이 식물


나의 땅이 비에 젖을 때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서늘해졌다 뜨거워졌다


깊은 상념에 빠진다


우울한 날엔 대기와 사랑 나누고 기운을 낸다


기운 내서 더 큰 땅덩어리 지구를 힘껏 안아본다


나는 자유로운 식물


내 몸통은 나의 땅


내 땅은 나의 생각


내 생각은 나의 뿌리


내 뿌리는 나의 오장육부


오장육부에서 해와 달이 뜨고 지고


진눈깨비 날리고 우박 떨어진다


내 오장육부에는 아버지도 엄마도 살고 있어


유산처럼 물려받은 맑은 물 한 사발


숨 쉬는 우주를 여행하는 나는 영원한 떠돌이 식물


 


 


 


 

 

 

* 이 시는 돌쑥石艾 선생의 강의 내용에서 시상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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