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최 정 어둠이 물감처럼 풀어진 우물이 있었다 아이가 퍼 올리고 퍼 올리는 커다란 두레박에는 어둠이 가득 했다
함께 살던 돼지가 목을 따인 채
우물 옆에서 붉은 피를 콸콸 쏟아냈다
우물에는 늘 이끼가 푸르렀다
아이도 이끼처럼 빨리 자랐다
어둠을 퍼 올리고 퍼 올리면
언젠가 맑은 물이 쏴아 하고 쏟아질 거라고
아이에게 미처 말해 주지 못했다
대신 우물 옆에는 오래된 앵두나무가 있어
아직 붉은 열매를 맺고 있다고 일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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