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읽기/좋은시 읽기

정희성 <태백산행>

최정 / 모모 2010. 11. 29. 14:32

태백산행

 

 

                                         정희성

 

 

 

 

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 살이야 열아홉 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정희성의 <돌아다보면 문득>(창비, 2008) 중에서

 

 

'# 시 읽기 > 좋은시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희덕 '물소리를 듣다'  (0) 2010.11.30
이세기 '침'  (0) 2010.11.30
이세기 '이작행'  (0) 2010.11.30
김선태 <조금새끼>  (0) 2010.11.29
윤성학 <내외>  (0) 201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