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읽기/좋은시 읽기

이세기 '침'

최정 / 모모 2010. 11. 30. 12:20

 

 

                                                         이세기

 

 

 

 

세상을 어둡게 보아서인가

 

점자를 읽어내리던

손을 잠시 거두고

침구사는 내게 말한다

 

화가 머리에 응혈되어 있어

풀어야겠습니다

 

짚었던 맥을 가만히 놓더니

몸을 지켜야지요

 

                                침을 놓는 장님의 손은

천수의 눈을 가졌는지

 

혈맥을 짚더니

혈자리를 찾아 침을 놓는다

 

                                기혈이 뚫릴 때까지

침을 맞아야겠습니다

 

                                천수의 손은

머리며 다리며 좌우의 팔을

가지런히 눕히더니

 

춘란 몇촉 올라오는

햇살 환한 창가를 바라보며

온몸에 시침을 하는 것이었다

 

 

 

 

이세기의 <언 손>(창비, 201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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