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를 듣다
나희덕
우리가 싸운 것도 모르고
큰애가 자다 일어나 눈 비비고 화장실 간다
뒤척이던 그가
돌아누운 등을 향해 말한다
당신...... 자?......
저 소리 좀 들어봐...... 녀석 오줌 누는 소리 좀
들어봐...... 기운차고...... 오래 누고......
저렇도록 당신이 키웠잖어...... 당신이......
등과 등 사이를 흘러가는 물소리를
이렇게 듣기도 한다
담이 결린 것처럼
왼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를 낯설어할 때
어둠이 좀처럼 지나가주지 않을 때
새벽녘 아이 오줌 누는 소리에라도 기대어
보이지 않는 강을 건너야 할 때
나희덕의 <야생 사과>(창비, 200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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