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읽기/좋은시 읽기

나희덕 '물소리를 듣다'

최정 / 모모 2010. 11. 30. 12:37

 

물소리를 듣다

 

 

                                   나희덕

 

 

 

우리가 싸운 것도 모르고

큰애가 자다 일어나 눈 비비고 화장실 간다

뒤척이던 그가

돌아누운 등을 향해 말한다

 

당신...... 자?......

저 소리 좀 들어봐...... 녀석 오줌 누는 소리 좀

들어봐...... 기운차고...... 오래 누고......

저렇도록 당신이 키웠잖어...... 당신이......

 

등과 등 사이를 흘러가는 물소리를

이렇게 듣기도 한다

 

담이 결린 것처럼

왼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를 낯설어할 때

어둠이 좀처럼 지나가주지 않을 때

새벽녘 아이 오줌 누는 소리에라도 기대어

보이지 않는 강을 건너야 할 때

 

 

 

 

나희덕의 <야생 사과>(창비, 200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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