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읽기/좋은시 읽기

이세기 '이작행'

최정 / 모모 2010. 11. 30. 12:02

 

이작행

                                

                    이세기

 

 

이작행 완행 철부선 여객실에

베트남에서 왔다는 새색시가

갓난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섬사람 몇몇이

그 엄숙한 광경을 신기한 듯 보며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집으로 간다고 한다

집이 어디냐 하니

이작도라고 한다

어디를 다녀가냐고 하니

설 쇠기 위해 시장에 다녀온다며

숙주나물 두부 쌀국수를 내보인다

할멈 한 분이 짐보따리에서

가래떡을 건네주며

같은 고향이라고 한다

객실 안에 햇살이 환하게 번진다

 

 

 

 

이세기의 <언 손>(창비, 201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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