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읽기/좋은시 읽기

최성민 '시집詩集을 사다'

최정 / 모모 2010. 11. 30. 13:52

 

시집詩集을 사다

 

                            최성민

 

 

지하철이 비틀거리며 등을 돌리는

배다리 철길 아래

세월이 주저앉은 책방에서

낯익은 이름 하나 발견하고

절반 값으로 책 한 권 품는다

 

한쪽 귀 찢어진 책장을 펴면

까아만 글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내 가슴 언저리에 박혀

울창한 숲을 이룬다

 

굵은 가지를 힘차게 뻗으며

하늘로 하늘로 향하던

내 상상의 나무들이

드디어 미리내 건너

견우도 직녀도 만난다

부러워라

이 아름다운 글자들을 모아

든든한 집 한 채 짓고 들어앉은

반가운 이름이여

 

 

 

최성민의 <아나키를 꿈꾸며>(시와시학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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