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詩集을 사다
최성민
지하철이 비틀거리며 등을 돌리는
배다리 철길 아래
세월이 주저앉은 책방에서
낯익은 이름 하나 발견하고
절반 값으로 책 한 권 품는다
한쪽 귀 찢어진 책장을 펴면
까아만 글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내 가슴 언저리에 박혀
울창한 숲을 이룬다
굵은 가지를 힘차게 뻗으며
하늘로 하늘로 향하던
내 상상의 나무들이
드디어 미리내 건너
견우도 직녀도 만난다
부러워라
이 아름다운 글자들을 모아
든든한 집 한 채 짓고 들어앉은
반가운 이름이여
최성민의 <아나키를 꿈꾸며>(시와시학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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