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산골에서 동해로 소풍가다

최정 / 모모 2011. 6. 15. 22:26

2011년 6월 5일 일요일. 맑음. 소풍가는 날

 

 

한 차례 심기가 끝나 잠깐 짬이 난 시기,

콧바람을 쐬러 아랫집 아저씨, 아주머니네랑 소풍을 가기로 한 날이다.

모처럼 늦잠을 자고 싶었으나 습관이 들어 일찍 일어나 밀린 빨래를 하고 청소를 했다.

 

이곳에서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구룡령을 넘으면 동해로 이어진다.

차로 1시간 30분 정도이면 속초에 가 닿는다.

아저씨네 봉고차로 함께 갔는데 관광버스 춤을 추기에 딱 좋은 뽕짝 메들리가 울려퍼졌다.

평생 농사를 짓고 60, 70대가 되신 아저씨네는 봄이면 이렇게 바람을 쐬러 속초에 한 번씩 가신다고 한다.

고랭지밭 유기농은 6개월 동안 심고 거두고, 다시 심고 거두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 노동 강도가 매우 높다.

이렇게 틈이 날 때 잽싸게 바람이라도 쐬어 주어야 힘든 일을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충전된다고 한다.

 

    

                 

           구룡령에서 잠깐 쉬어갔다. 경치가 일품이다. 가슴이 확 트인다. '밍밍 엄마'와 '오체 아빠'가 경치를 내려다 보고 있다.

 

 

                 

                                 옛방식 그대로 떡을 만든다는 송천 떡마을 앞에서 떡을 사 먹었다. 떡 맛이 그만이었다.

 

 

주문진항에 가서 횟집을 찾았다. 어쩌나, 오늘이 마침 일요일이었던 것이다. 내일은 현충일이니 연휴...

우리는 심기가 끝나 소풍을 온 것 뿐인데 연휴 기간이라 사람이 인산인해. 차가 기어다녔다.

농사일을 하다 보면 주말 개념이 없어진다. 비 오면 쉬는 날이고 바쁜 일이 끝나면 한 차례 쉬어갈 뿐이다.

사람 구경하기 딱 좋은 날로 소풍 날이 정해진 셈이다. 사람도 별로 없는 산골에서 사람 구경 실컷 했다.

회를 먹고 반주도 한 잔하고 자, 이제 바다를 보러 해변가에 가보기로 했다.

 

 

                 

                             지나가다 들린 순긋 해변이다. 바다를 보고 싶다던 '밍밍 엄마'가 바다에 뛰어 들어가 본다.

 

 

                   

              더운 날 발이 편하다며 굳이 털신을 신고 온 '밍밍 언니'가 명상을 하고 있다. 털신 도사라고 별명을 붙여 주었다.^^

 

 

                 

                                                     아주머니와 '최복토' 양은 조개 껍데기를 줍고 있다. 

 

 

역시 동해에 서면 가슴이 확 트인다. 산골에서 커다란 고개를 넘으니 이곳이다.

사진을 찍고 웃고 떠들며 한참을 해변에서 놀았다.

우리는 이곳에 온 김에 마침 '강릉 단오제' 구경을 가보기로 했다.

대학 때 민속학 답사로 강릉 단오제를 본 적이 있기는 하다.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강릉 남대천 가에서 열린 강릉 단오제 풍경

 

 

                 

                                                          먹을거리, 살거리, 공연 등 볼거리가 아주 다양했다.

 

 

                 

                       사람에 떠밀려 다리가 아프도록 구경을 하다가 아주머니가 사주신 녹두전과 동동주를 마시고 돌아왔다.

 

 

강릉 단오제는 예상대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아 그렇지, 연휴 기간이었다.

덕분에 시장 분위기가 제법이었다. 축제의 분위기는 역시 사람이 많아야 하나 보다.

간만에 외출한 아주머니는 정말 신이 나셨다. 지치지도 않고 그 수많은 가게들을 둘러 보며 구경을 하신다.

허리가 언제 아프셨을까 할 정도였다. 우리는 아주머니를 따라 다니기에 바빴다.

값산 중국제 제품이 너무 많은 것이 아쉬었다. 시간 관계상 서커스나 민속 공연 같은 것은 볼 수가 없었다.

점심 때야 출발했으니 금방 해가 지고 있었다. 녹두전과 동동주로 기분을 내고 다시 산골로 돌아가기로 했다.

강릉에서는 해가 졌는데도 춥지가 않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고랭지의 일교차가 새삼 크게 느껴진다.

 

돌아오는 길은 연휴라 차가 밀리는 바람에 아저씨가 고생을 하셨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농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확 차가운 공기가 느껴진다. 반팔 차림으로 나섰다가 차에서 내려서 덜덜 떨어야 했다.

이 엄청난 일교차를 보니 농장에 온 것이 틀림 없다. 별이 유난히 많이 뜬 밤이다.

아랫집 아저씨네 집 앞에서 내려 농장 집으로 걸어오는 동안 별을 보며 걸었다.

덜덜 떨며 걸었지만 별이 많아서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아, 하루가 금방 갔다. 푸른 바다 냄새를 잠깐 비릿하게 맡고 왔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