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브로컬리 심고 시금치와 양배추밭 김매기

최정 / 모모 2011. 7. 9. 19:24

  2011년 6월 8일 수요일 맑음

 

 

  어제 오후에 비가 조금 와서 저녁에 브로컬리를 심었다.

  300여평을 심는데 호흡이 척척 맞아서 모종을 아주심기하고 복토를 하기까지 두 시간여 만에 끝냈다.

  이것저것 심는 일을 계속 한 덕분에 속도가 한층 붙은 것 같다.

  '최복토' 양의 모종 던지는 속도와 '밍밍 언니'의 복토하는 속도가 전문가 수준이다.

  손가락 마디 통증으로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복토하는 일이었는데 

  나도 제법 복토하는 일에 조금 속도가 붙어 간다.

  '밍밍 언니'가 이곳에서 농사를 배우면 뒷발로도 400여 평의 농사는 거뜬하겠다고 했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천 평, 이라는 규모가 작게 보여가니 말이다.

  이곳은 밭들이 다 크게 붙어 있어서 천 평 정도는 작게 보이니 말이다. 이를 어쩌랴. 

  

  오늘은 아침부터 어제에 이어 브로컬리를 마저 심었다.

  이 브로컬리들은 고라니들에게 먹히지 않기를!

  5월초에 심어 놓은 것까지 한 1천1백 평 정도에 브로컬리를 심어 놓은 셈이라고 한다.

  아, 많다. 얼마나 수확할 수 있는 것일까?

  모종 하우스에는 또 심을 브로컬리 모종이 자라고 있는데 말이다.

 

 

                 

                               브로컬리 심는 모습                                                     밍밍이가 더위에 지쳐 밭 고랑에 앉아 있다.

 

 

                 

           시금치밭 김매는 모습. 무지 더웠다.                                          김매기 한 후의 시금치밭

 

 

점심을 먹기 전에 시금치밭 김매기를 했다.

시금치와 풀이 엉켜 있어서 멀리서 보면 그냥 풀밭 같았는데, 김매기를 해주자 시금치의 모습이 눈에  잘 들어온다.

요즘 시금치 공급량이 부족하다고 들었다. 2주 정도 후면 쑥쑥 자라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얼마 되지 않는 양이지만 출하를 할 계획이다.

 

점심을 먹고 차로 1시간을 달려 해발 300여 미터에 있는 양배추 밭으로 갔다.

이 동네는 농사가 없는 겨울에 '오체 아빠'가 겨울을 지내는 곳이다.

겨울에 머무는 집 근처에 있는 밭에 양배추를 심었다.

4월말에 심었는데 아주 잘 자랐다. 인걸이도 2번 했고 품을 사서 김매기도 해서 밭이 비교적 깨끗했다.

정말 잘 크고 있는데 올초부터 양배추 가격이 폭락 수준이다.

특히 작년이 매우 비쌌기 때문에...,많이들 심었나 보다.

바로 출하를 하기는 그렇고 수확을 하면 일단 저장고에 보관을 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양배추 밭에 인걸리를 한 번 더 한다고 왔는데

생각보다 잎이 크게 자라서 잎을 건드릴까봐 괭이로 풀을 긁으며 김매기를 했다.

괭이질은 허리, 어깨, 손마디로 힘이 들어가면서 생각보다 어렵다.

'밍밍 언니'와 '최복토' 양은 그래서 괭이질을 힘들어 한다.

나는 괭이질이 비교적 재미 있는데 이날은 더위에 지친 날이었다.

해발 300여 미터는 확실히 고랭지 지역에 비해 더웠다.

오후 내내 괭이질을 하면서 며칠 동안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 왔다.

막판에는 아,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몽롱한 질문이 떠올랐다.

그래도 해는 진다. 그리고 자고 일어 나면 또 움직여진다.

 

곳곳에서 청벌레가 발견 되어 '오체 아빠'는 벌레약을 뿌리기로 했다.

유기농으로 허용된 천연 원료로 만든 벌레 잡는 약이 따로 있다.

우리를 쉬게 해 놓고 자정까지 약을 뿌렸다고 들었다.

'오체 아빠'의 몸은 인간의 몸이 아니다. 많이 먹지도 않는데 기계처럼 일을 하신다.

우리는 그래서 농담으로 인간이 아닌, 신의 영역에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한다.^^

 

 

                  

            해발 300여 미터에 있는 양배추 밭. 4월말에 심은 것이다.                                 괭이로 김매는 모습

                                                   

 

                 

                                                                    양배추잎에 붙어 잎을 갉아 먹는 청벌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