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우리들의 소박한 밥상

최정 / 모모 2011. 7. 10. 12:25

      

       요즘 우리 농장의 일상적인 밥상은 밭에서 나는 것들을 따다가 즉석에서 해 먹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유기농으로 키운 신선한 채소들을 늘 풍족하게 먹게 된다. 복에 겨운 일이다.

       육체 노동을 하니 아침부터 밥 한 그릇을 비우게 된다. 세끼를 다 먹고도 2번의 새참, 거기에 가끔 막걸리에 야식까지.

       다들 전보다 내 얼굴빛이 좋아보인다고 한다.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먹은 게 다 살로 가지는 않는다. 아, 다행이다.

                  

       아래의 먹을거리 사진은 가끔 생각나면 찍어본 것들이다. 일일이 찍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최복토' 양이 각종 야채를 넣어 짜장덮밥을 만들었다.(6/11)                                        점심 - 콩밥(6/11)

 

 

                  

                       텃밭에서 막 따온 쌈채(6/11)                                      적겨자꽃이 피었다. 이것으로 '밍밍 엄마'가 김치를 담갔다. 

 

          적겨자로 담근 김치는 인기 폭발이었다. 멀리서 누가 보내주셨다는 젓갈이 잔뜩 들어간 김장 김치를 먹는 것이

          내 입맛에는 젓갈 때문에 별로였는데, '밍밍 엄마'의 솜씨 덕분에 한동안 잘 먹었다.

 

 

                  

          상추 사진(6/20) 상추, 로메인 등 쌈채를 실컷 먹었다.                                        시금치 사진(6/20)

 

          상추 등의 쌈채소들은 먹어도 먹어도 금방 자라서 줄어들지 않았다.

          7월초에 다 자란 것들을 완전히 수확하여 남는 것들은 7월 8일 농장 식구들의 가족들에게 보내주었다.

          농장주인 '오체 아빠'가 양상추와 쌈채를 가족들에게 택배로 보내라고 배려를 해주었다.

          땀 흘리며 키운 신선한 채소들을 누군가 맛 보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텃밭에서 자란 양상추(6/20)                                                            저절로 노지 텃밭에서 자란 딸기(6/20)

 

         

                  

           성급하게 먼저 달린 풋고추를 따서 먹었다.(7/6)                               빙어 튀김(?) 사실 새끼 당근을 튀긴 것이다.(7/2)

 

        풋고추 수확은 아직 더 있어야 한다. 성급하게 자란 것들은 모양이 바르지 않고 뒤에 열릴 고추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에

        따 주어야 한다. 이것들은 우리의 밥상에 오른다.

        당근밭 김매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솎아지는 손가락 보다 작은 새끼 당근들은 보통 버려진다.

        이것들을 지나치지 않고 '밍밍 언니'가 모아서 튀김을 했다.

        와, 수북하게 쌓인 새끼 당근 튀김을 보고 우리는 빙어 튀김인 줄 알았다. ^^

        당근 맛도 살짝 나면서 맛있었다. 정말 딱 한 번만 먹을 수 있는 창조적인 요리였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두부, 브로콜리, 호박 등의 야채 탕수육 사진 (7/4)

 

         '밍밍 언니'의 창조적인 요리 솜씨가 또 한 번 돋보였다. 소스맛도 제법이었다.

          두부, 브로콜리, 호박과 우리밀의 훌륭한 만남이었다.

          멀리 장수에서 우리밀과 생강 등을 주작목으로하여 유기농을 하시는 분이 우리밀을 잔뜩 보내주셨다.

          덕분에 우리밀로 만든 각종 야채전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호박, 부추, 브로콜리, 양배추, 고추, 심지어 상추까지 우리 농장에서는 야채만 있으면 무엇이든 전을 만들어 먹곤 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 피어 싱어와 짐 메이슨이 쓴 《죽음의 밥상》(산책자, 2011년 16쇄판. 2008초판)을 읽고 있다.

          인천에 오자마자 주문해서 어제 막 도착한 책이다.

          부제가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이다.

          고기를 먹는 소, 학대받는 돼지, 잔인하게 살육되는 닭들의 이야기.

          우리가 먹는 음식이 이 세상을 파괴하고 있다는 이야기들.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윤리적 소비 행위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이다.

          철저하게 베일에 쌓인 공장식 가축 농장과 그 가축들이 인간의 식탁에 오르는 과정을 추적한 것 같은데

          이것을 읽으면 좋아하던 통닭마저 먹을 수 없을까봐 좀 망설이다 이제야 읽는다.

          과연 어떤 느낌으로 내게 기억될 책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