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시금치밭과 텃밭 만들기, 양상추밭 김매기, 삽겹살 파티

최정 / 모모 2011. 7. 11. 10:49

 

2011년 6월 20일 월요일. 폭염주의보. 맑고 더운 날

 

 

아침에 모종 하우스 한쪽에 시금치밭을 만들고 시금치 씨앗을 뿌렸다.

단단해진 흙을 뒤엎고 괭이로 평평하게 고르고 파종기를 이용해서 씨를 뿌렸다.

씨앗을 넣은 파종기를 돌아가며 밀어보면서 시금치 파종을 간단하게 끝냈다.

아, 그런데 며칠 뒤에 보니 씨앗만 쏙쏙 파먹은 흔적이 보였다.

처음에는 쥐의 소행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하우스 뒷문으로 날아 들어온 꿩의 소행이었다.

'오체 아빠'의 눈에 딱 걸렸던 것. 그러나 이미 반절이나 씨앗을 파먹었다. -_-;;

고라니는 아주심기를 한 모종을 뭉텅뭉텅 먹어치우고

생각지도 못했던 꿩까지 가세해서 이번에는 시금치 씨앗을 파먹다니!

 

 

                  

                       인걸이로 시금치밭 흙을 일구는 모습                                               파종기로 시금치 씨앗 뿌리기

 

 

                 

                   일하는 것을 지켜보는 숏다리 밍밍                                            풀밭으로 변한 텃밭에 낫질을 하고 있다.

 

 

시금치밭을 만든 후에 이번에는 집 근처에 텃밭을 만들기로 했다.

풀로 뒤덮여 밭의 흔적조차 사라진 곳에 낫질을 했다.

트렉터로 갈아엎어야 하겠지만 크기도 작고 남자 일꾼도 한 명 와서 인걸이를 했다.

귀농 학교에서 농사를 배우며 귀농 준비를 하는 '방황하는 영혼'씨(남. 30대 초중반)가

며칠 전부터 와서 농사일을 배우며 돕고 있었다.

풀 뿌리가 깊게 내린 데다가 몹시 뜨거운 날이라 땀을 꽤 흘려야 했을 것이다.

추가로 괭이로 흙을 고르고 보니 그럭저럭 밭 모양이 만들어졌다.

 

 

                 

                      인걸이로 흙을 뒤엎고 있다.                                                                  녹두 모종         

 

                 

                                  녹두를 심은 텃밭                                                                          새참

 

 

만들어진 텃밭에 녹두를 심었다. 매우 뜨겁고 가뭄이 지속되었던 터라 물을 흠뻑 주면서 심었다.

이 텃밭을 관리하는 일은 오늘 오기로 한 '텃밭 언니'에게 맡기기로 했다.

'텃밭 언니'는 '밍밍 엄마'의 동생인데 몸이 좋지 않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요양을 하러 오기로 했다.

산골짜기의 서늘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텃밭에서 흙을 밟고 풀을 뽑다보면 몸이 좋아질 것이다.

도시에서 찌들고 상처받은 '텃밭 언니'를 위해 우리는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녹두밭을 만들었다.

앞으로 이 녹두밭은 '텃밭 언니'가 알아서 관리할 일이다. ^^

 

 

                 

                                  양상추밭 김매기                                                                   흐뭇한 표정의 '밍밍'

 

                                                           

                                                                    양상추밭에 물을 뿌려 주었다.  

 

 

오후에는 양상추밭 김매기를 했다. 괭이질은 역시 힘든 일이다.

더 힘든 것은 뜨거운 햇볕이다.

간혹 불어오는 서늘한 산골짜기 바람이 아니라면 정말 더위를 먹었을 것이다.

보통 오후 4시가 되면 햇살이 무척 약해지는데 이날은 오전부터 늦게까지 뜨거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날은 전국적으로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이었다. 어쩐지 유난히 뜨겁더라!

 

수확을 앞둔 양상추잎들이 슬슬 말라가는 것이 보인다.

이틀 뒤에 수확하기로 했는데 큰일이다. 가뭄이 생각보다 길어진 탓이다.

급한대로 '오체 아빠'는 아랫집 아저씨네에서 빌려서 이파리가 마르는 곳에 일부 물을 뿌려주었다.

 

                                                  

                                                                                 삽겹살 파티

 

                 

                     기타 연주 감상 중인 '오체'와 '밍밍'                                              파티를 지켜보다 지쳐 잠든 '밍밍'

 

 

삼겹살을 비롯해서 파티를 하기에 충분한 먹을거리를 사서 저녁 때 손님들이 왔다.

우리도 좀 일찍 일을 마치고 들어왔다.

'텃밭 언니'가  짐을 싣고 내려왔고 인디밴드 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같이 놀러 왔다.

요즘 매일 일하느라 바빴는데 모처럼 파티가 열렸다.

귀농 학교에서 '방황하는 영혼'씨도 와 있었고,

'밍밍 언미'와 '최복토' 양의 벗인 '부산 언니'도 와 있었고

오늘 '텃밭 언니'와 친구 두 명까지. 와, 이날은 무려 열 명의 식구가 모여 저녁을 먹었다.

인디밴드에서 활동하는 '텃밭 언니'의 친구들 덕에 수준급의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즉석에서 공연이 열렸다. 모두 기타 연주에 흠뻑 빠져 들었다.

기타와 노래에 미쳐서 살아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무언가에 미쳐서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웃고 감동하고 박수치고 막걸리 한 잔 하고...

 

이날 밤은 유난히 별들이 많이 떴다. 나는 자주 별들을 올려다 보았다.

별들에게 많은 질문을 해 본다.

산다는 건 무엇일까? 괜시리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