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장마 전 양상추 첫수확

최정 / 모모 2011. 7. 11. 22:00

 

2011년 6월 22일 흐리다 오후에 비 옴. 장마 시작

 

 

드디어 양상추를 첫수확하는 날이다.

중요한 날인 만큼 새벽 5시 30부터 작업이 시작되었다.

오후 3시경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그 전까지 500여 박스를 수확해야 한다.

아랫집 아저씨네에서 5명이 오고 우리 농장에서 7명, 총 12명이 투입되었다.

비가 좀 늦게 쏟아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한 명이 빠른 속도로 양상추 밑둥을 자르면

두 명이 다듬어서(거친 잎을 뜯어 내고 뿌리의 흙이 있으면 잘라내고 무른 잎을 다듬고) 건네 주고

한 명이 상자에 빠른 속도로 양상추가 상하지 않게 담는다.

4인 2조로 나누어 수확을 했다.

나머지 인원도 바쁘다. 테이프를 붙여 박스를 준비해야 하고

수확한 양상추 박스를 트럭으로 옮겨 가득차면 저장고로 이동하여 쌓아 놓아야 한다.

양상추는 예민해서 빠른 시간 안에 저장고로 이동해서 0도에서 보관을 해야 한다.

보관에서 실패하면 양상추 잎이 상하고 썪을 수 있다.

또한 양상추 잎이 연해서 살살 잘 다루어야 한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비가 오기 전에 얼마나 수확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오늘 수확하는 것은 유기농 야채쥬스 가공용이다.

포장용이 아니라서 그나마 힘을 주면서 팍팍 눌러 박스에 담을 수가 있다.

처음에는 좀 더디었으나 일이 손에 익으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정말 쉴새없이 수확에 몰두했다. 허리의 통증이 심해져도 모를 정도였다.

중간에 비가 조금씩 흩뿌리기 시작해서 우리를 불안하게 했으나

본격적인 비가 쏟아진 것은 오후 5시경이 되어서였다.

가공용으로 보낼 목표량을 다 채우지는 못했어도 거의 500박스에 가깝게 수확을 한 셈이다.

박스에 담는 일과 저장고로 박스를 옮기는 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아, 수확은 쉬운 일이 아니다.

농사의 결실을 맺는 일이고 밭에 뿌린 돈을 거두어 들이는 일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힘과 노동력이 들어가는 일이다.

더구나 수확 시기를 잘 맞추어야, 날씨의 때를 잘 만나야만 수확에 성공할 수가 있다. 

 

올봄의 초반 기후가 따뜻하지 못해 전반적으로 양상추 결구 모양이 실하지 못하다는데

오늘 우리가 수확한 것들은 결구 상태도 좋고 모양도 좋았다.

가공용으로 보내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실하게 잘 컸다.

문제는 앞으로 쏟아질 비였다.

양상추는 비에 무척 약하다고 한다. 비를 맞으면 밑둥부터 이파리들이 상하기 시작한다.

앞으로 쏟아질 비를 맞고 얼마나 양상추들이 상하게 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전체 1500평 정도 심은 양상추 중에서 오늘 3분의 1을 수확한 셈이다.

고라니가 뜯어 먹어서 나중에 심은 것들은 아직 결구가 되지 않았다.

5월초에 밭에 심은 양상추를 한 달 반만에 수확한 셈인데,

이 양상추가 밥상에 오르기까지의 세세하고 긴 여정을 어찌 글로 다 기록할 수 있으랴.

 

아무튼 굉장히 빡빡한 하루였다. 저녁부터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내일은 큰 비가 예보되어 있어 쉬기로 했다.

며칠 동안 쌓인 피로, 특히 오늘 무리해서 쌓인 피로를 좀 풀어야겠다.

 

 

                 

                                      양상추밭                                                                         수확하는 모습

 

 

                 

                        트럭이 들어올 자리부터 수확하기                                                          휴식 시간

 

 

                 

                               수확 후의 양상추밭                                                                  비 맞는 '밍밍'

 

 

                

                        비가 내리면 우울해지는 '오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