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아랫집 아저씨네 쌈채 심기

최정 / 모모 2011. 7. 12. 10:37

2011년 6월 25일 토요일.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다.

 

 

잠시 비가 그친 듯 했으나 비가 오락가락한다.

오늘은 아랫집 아저씨네 하우스에 쌈채 심는 일을 돕기로 했다.

하우스 안에서 하는 작업이라서 비가 와도 상관은 없긴 했다.

 

2주 전에 2개 동을 심었고 오늘 또 2개동에 심었다.

상추의 모종은 아주 연하고 약해서 정말 잘 다루어야 한다.

나무 꼬챙이 같은 걸로 비닐 구멍에 흙을 파내고

상추가 뿌리를 잘 내리도록 흙을 눌러 주면 된다.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인데 생각보다 재미가 있었다.

농사일을 배운 지 두어 달이 되면서 나는 어느새 일 자체에 재미를 느껴가고 있었다.

 

여름 상추는 기후 때문에 이곳 해발 700미터에서 잘 된다고 한다.

여름 쌈채는 이곳의 쌈채를 전국 제일로 치고 가격도 좋다고 들었다.

단, 쌈채는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인데다가

수확할 때 상추가 손상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다들 좀 꺼리는 작물이라고 한다.

우리 농장이 속한 조합에서는 아저씨네만 유기농 여름 쌈채를 기르고 있는 것 같았다.

심고 한 달이면 수확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 또 심고 다시 수확..., 3-4번은 가능해 보였다.

 

이 근처에도 쌈채를 아주 많이 키우고 있는 개인 유기농 농장이 있었는데

고랭지 쌈채가 인기가 높은지, 유통 상인들과 제법 고자세로 거래를 하는 것 같았다.

 

여자들이 주가 되어 농사를 짓게 되면 힘든 것이 수확할 때일 것 같다.

무거운 박스를 일일이 옮기는 일에는 남자의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품을 사면 되는 일이지만, 시골에서 품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밍밍 엄마'와 나는 수다를 떨며 작업을 했다.

그나마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서는 하우스 농사도 해야 할텐데

그럼 우리는 쌈채와 풋고추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이지만 부지런하면 되고

쌈채와 풋고추는 수확할 때 여자의 노동력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사 짓기에 편한 것은 감자와 무 농사라는데 어쩌나?

감자와 무는 수확할 때 우리는 그 박스를 들기조차 힘들다.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독립 농사의 꿈을 꾸며 웃고 떠들다 보니 2개 동의 삼채를 다 심었다.

한 줄에 9개의 구멍에 심는 일이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지만 여럿이 하다 보니 금방 끝냈다.

더구나 '오체 아빠'의 쌈채 심는 속도는 그 누구도 따라 잡지 못할 정도이다.

앞에서 모종을 놔 주는 사람이 숨이 찰 정도이다.

 

점심을 먹고 노지 고추밭 사이에 나머지 쌈채를 심는데 비가 와서 중단했다.

일찍 집으로 들어왔다. 며칠 비가 오니 나는 '주치의'로 바빠진다.

 

비가 오면서 작물은 물론 풀들이 쑥쑥 자란다.

비에는 온갖 대기의 영양물이 담긴 것이 확실하다.

옥수수 줄기도 하루가 다르게 크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이다.

 

2주 전에 심은 상추

 

오늘 심은 로메인(로마인들이 즐겨 먹는 상추. 특히 로마 황제 시저가 좋아했다고 함)

 

간만에 비를 맞으니 온갖 영양분을 흡수하여 브로컬리 잎들이 부쩍 자라고 있다.

 

비에 젖어 꼬질꼬질해진 '밍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