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장마 전선 - 양상추 수확, 당근밭 풀뽑기, 하우스 고추순 따기

최정 / 모모 2011. 7. 12. 12:00

 

2011년 6월 27일 월요일. 종일 비

 

우비를 입거나, 한 손에 우산을 들고 풀밭이 된 당근밭에 갔다.

비가 온 뒤에 풀들이 급격하게 자랐다. 

아, 당근은 어디에 있나? 당근보다 풀이 더 많다. 시간이 엄청 걸린다. 

오후 5시경이 되니 옷이 젖어 무척 추웠다. 얼마 하지도 못했는데...

이 당근밭을 어찌할꼬?

 

6월 27일 당근밭의  모습

 

 

 2011년 6월 28일 화요일. 흐리다가 햇볕이 남

 

                         비가 그친 틈을 이용해서 양상추 수확하는 일을 했다.

 다음 날 다시 비소식이 있어서 늦게까지 최대한 수확을 하려고 애썼다.

 비를 맞은 양상추들이 널브러지고 이파리가 썪어가기 시작한다.

 내일 또 큰비를 맞으면 더 상하리라.

 조합원 한 분이 와서 박스 나르는 일을 도와주고 가셨다.

 종일 무거운 박스를 들고 나르기만 하셨으니 매우 힘드셨을 텐데 기분좋게 가셨다.

 

 

2011년 6월 29일 수요일. 오후부터 집중 호우

 

오후부터 또 큰비 소식이 있다.

'밍밍 언니'와 '최복토' 양은 장마 전선에 지쳐 일어나지를 못해서 쉬게 했다.

'오체 아빠'와 '밍밍 엄마'와 나는 오늘도 이어서 양상추 수확을 했다.

보다 못한 아랫집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오셔서 도와 주셨다.

아주머니는 양상추가 더 상하기 전에 하나라도 더 건져야 한다고 걱정을 하신다.

땅에 기대 사는 사람의 마음은 다 똑같다. 감사할 따름이다.

비가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전까지 생각보다 많이 수확을 했다.

한 100여 박스? 낮 12시부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작업장 하우스에서 비를 피하다가 서둘러 집으로 들어왔다.

아직도 수확할 양상추가 남아 있다. 이번 비에 남은 것들은 더 건지기 힘들 것 같다.

 

오후에는 차로 1시간 반을 달려 일을 도와주려 '야인 아저씨'가 오셨다.

가끔 놀러 오신단다. 백담사 근처 산에서 밭을 일구며 야인처럼 혼자 살고 있으시다.

본 직업은 목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저씨가 막걸리를 사 오셔서 각종 전을 부쳐서 오후 내내 술잔치를 벌였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야인 아저씨' 같은 분이 우리 농장에는 가끔 놀러 오신다.

우리는 사는 동안 내내 교육 과정에서 입력된 하나의 세상만을 보며

그것이 전부이고,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삶의 모습에 정답이란 없다.

살짝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보면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느린 삶의 가치를 추구하며 개성 있고 재미 있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아저씨의 입담에 장단을 맞추듯 빗소리가 엄청나게 들리는 오후였다.

 

 

                 

                           박스를 나르는 모습                                                            널브러지는 양상추들

 

                 

                                수확하기                                                                        쌓여지는 양상추 박스들

 

 

2011년 6월 30일 목요일. 비가 오다가 구름 많음

 

오전에 비가 와서 하우스 4개 동의 고추순을 땄다.

김매기도 끝냈다. 여럿이 하니 작업이 쉽다.

오후에는 다시 양상추 수확을 했다. 급히 양상추를 싣고 사무실로 가야했다.

해가 지는 시각에 트럭을 타고 읍내를 향해 달렸다.

산골짜기에서 일을 하다 보면 서서히 어두워지는 것이 해지는 풍경이었는데

산 사이로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국도를 달리다 보니 멀리 노을이 보인다.

조각 구름들이 붉게 펼쳐져 있다.

가슴이 벅차 올랐다.

아, 대자연의 품 속에 내가 안겨 있구나!

이 벅차 오르는 감동은 마치 지리산 능선에 서 있는 느낌과 흡사했다.

자연이 주는 이 뭉클한 감동은 쉽게 잊혀질 것 같지 않다.

 

밤늦게 다른 농장에서 양상추 수확을 하고도 보관을 잘못하여 출하를 포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오다 잠깐 날이 좋은 날 일꾼을 여럿 사서 수확을 했는데(이날은 햇볕이 강했다.)

수확한 박스를 좀 오래 밭에 두었다가 한꺼번에 몇백 박스를 저장고로 옮겼나 보다.

양상추를 자르면 열이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저장고로 빨리 옮겨 냉을 먹여야 한다.(차게 하는 과정을 이곳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테이프한 양상추 박스 몇백 개를 동시에 집어 넣었으니 저장고에 이상이 생겼나 보다.

습과 열에 유독 예민한 양상추가 대부분 박스 안에서 썪어 버렸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완전 손해가 났으니 잠이 안 올 지경일 것이다.

생산에서 보관, 유통까지 전 과정이 잘 연결이 되어야 함을 느끼는 하루였다.

 

 

                 

                                  고추순 따기(6/30)                                                                 작업을 지켜보는 '밍밍'

 

고추밭 고랑에 괭이로 김매기

 

 

                  

                                                                       연이은 양상추 수확하기 (6/30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