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긴머리 아저씨네 샐러리 수확

최정 / 모모 2011. 7. 12. 11:13

2011년 6월 26일 일요일. 종일 비가 많이 옴

 

 

차로 한 시간을 달려 '긴머리 아저씨네' 농장으로 갔다.

샐러리 수확을 하는 중요한 날이다.

비가 오는 날이었지만 하우스 안에서 하는 작업이라서 괜찮았다.

며칠 비가 와서 아저씨네도 정신없이 바빴다고 한다.

노지에 심은 양배추 수확, 가지와 호박 따기,

거기에 가지밭에 말뚝 박고 줄 묶어주기 등 비로 인해 다급하게 바빠졌던 것이다.
이번 비는 갑자기 하루, 이틀 전에야 예보가 되어서 다들 콩을 볶듯이 정신이 없어졌다.

 

우리 농장 식구 5명에, 아저씨네 형제분을 포함 총 10명이 작업을 했다.

샐러리의 단단한 뿌리를 칼로 자르고 흙이 묻은 뿌리 부분을 물로 살짝 씻어 박스에 담았다.  

뿌리의 흙을 씻어내는 일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오늘 3개 동은 끝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전체적인 시간이 많이 들었다.

나는 박스에 샐러리를 담는 일을 했다.

박스 길이 만큼 실하게 큰 샐러리를 손으로 눌러주며 가득차게 담아야 하는 일이었다.

허리와 어깨를 많이 쓰는 일이다.

빈 상자를 테이프해서 만들고 샐러리를 자르고 뿌리의 흙을 씻고 담으면

가득찬 박스를 테이프해서 봉하고 한 곳에 쌓아두었다가 저장고로 이동을 한다.

손발이 맞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한나절을 했는데 겨우 하우스의 반이었다.

 

하우스 비닐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시끄러워서 대화를 하기도 힘들었다.

비가 들이쳐서 하우스의 측면 비닐을 내리고 작업을 하다 보니

향기롭던 샐러리 향이 갈수록 진해지면서 머리가 무거워졌다.

급기야 나는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나만 유독 두통이 온 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 쉴 참을 이용해 몇 군데 침을 찌르고 나서야 두통이 가라앉았다.

침가방을 늘 들고 다니기 때문에 참 유용하다.

 

긴머리 아저씨네 언니가 오전 새참으로 특별 요리 러시안 스프를 만들어 주셨다.

보기에는 육계장인 줄 알았는데 달콤하고 새큼한 맛이 일품이었다.

온갖 싱싱한 유기농 야채가 듬뿍 들어간 최고급 스프였다.

야채전에 막걸리까지, 다들 피곤해지니까 막걸리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1개 동의 수확을 하니 100여 박스가 넘게 나왔다.

종일 했는데 1개 동하고 반 정도 수확을 했다. 2개 동도 끝내지 못했다.

큰일이다. 총 4개동, 그리고 노지에 또 1개 동 정도의 샐러리가 있는데...

 

내일 이어서 수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밍밍 언니'와 '최복토' 양이 남아 1박을 하기로 했다.

유기농 야채 쥬스 가공용으로 계약 재배한 것인데

예상한 양보다 많이 수확량이 많았다. 긴머리 아저씨네가 참 실하게 잘 키우셨다.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관리하셔서 항상 높은 품질의 생산품을 출하하시나 보다.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와 우여곡절이 있었을까?

 

이제 이 놈의 비가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다들 몸이 지쳐가고 있다. 여기서 더 오는 비는 도움이 안 되는데...

인터넷과 텔레비전이 없으니 다른 곳의 소식은 알 길이 없었지만

다른 곳의 비 피해가 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있었다.

우리 농장에도 신문이 오기는 하지만 나는 1주일에 한 번 정도 그냥 스쳐볼 뿐이다.

세상일에 대해 잠시라도 아무 것도 모르는 게 속편한 일이니까.

 

 

샐러리 하우스

 

 

                  

                    수확한 샐러리 박스들                                                                           오후 새참

 

 

                  

                                                    아저씨네 되호박이 잘 크고 있다. 슬슬 수확도 하고 있는 단계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