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당근밭 김매기

최정 / 모모 2011. 7. 13. 15:28

  

2011년 7월 1일(금), 7월 4일(월), 7월 5일(화) 모두 맑은 날

 

 

6월 27일(월)에도 당근밭 김매기를 했었으나 일부만 풀을 뽑았을 뿐이었다.

800여 평에 심은 당근밭을 풀들에게 헌납할 수는 없는 일!

그동안 비가 그친 틈틈이 양상추를 수확하느라 바빴다.

'오체 아빠'가 전체적인 일의 순서를 지휘하시는데 이번에는 당근밭 살리기에 일이 집중되었다.

비가 온 뒤라서 밭의 아래쪽은 발이 푹 빠질 정도로 질척했다.

고랑에는 키 큰 명아주와 참비름들이 점령하고 있었고

당근을 심은 이랑에는 쇠비름이 난리나게 당근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어릴 때 엄마가 쇠비름이 징긍징글하다고 유난히 쇠비름을 싫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어떤 한 장면!

내가 다섯, 여섯 살쯤일까?

젊은 아버지와 엄마는 커다란 대추 나무가 서 있던 밭에서 김매기를 하고 있었다.

종일 놀 친구가 없었던 그날 나는 무지 심심했었나 보다.

밭에 따라 나섰던 나는 무작정 엄마에게 떼를 쓰기 시작했다.

심심하다며 계속 칭얼거리며 떼를 쓰던 기억...

좀 달래주어도 고집 불통이었던 내가 무작정 칭얼거리자

엄마도 나중에는 그래, 얼마나 우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달래기를 포기하셨나 보다.

하, 반나절. 내 기억으로는 그렇다.

점심 때가 되어서야 엄마는 나를 달래주며 집으로 들어오셨고

나는 그때까지 반쯤은 가짜로 칭얼 대며 징징거리고 있었던 것.

엄마가 와서 먹을 것을 주면서 달래주자 그제서야 울음을 그쳤던 것.

그 이후로 나는 쓸데없이 고집을 부리면 나만 손해라는 각인이 되었나 보다.

땡볕에서 우는 시늉을 하는 일도 힘들었을 터.

나보다 엄마 고집이 더 세다는 것을 진작 알았어야 했다. ^^

소모적인 일에는 빨리 고집을 접는 것도 바른 고집의 사용법일 듯 하다.

나는 왜 이 장면을 잊지 못하고 아직도 기억해 내고 있는 것일까?

 

명상을 하듯 쪼그리고 앉아 김매기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정말 풀 뽑기 자체에 몰두하고 있을 모습을 보게 된다.

사실 급격하게 굵어지고 있는 내 손 마디들 때문에

통증이 오락가락하여 몰두하다가도 흐름이 깨지고는 했다.

 

처음에는 뽑은 풀들을 고랑에 모아 두었었는데

비가 오고 이것들이 다시 살아났다.

뽑은 풀들을 자루에 모아 안전하게 밭 밖으로 버려야 했었다.

이 당근밭에는 유난히 거세미가 많았다.

이 거세미들은 닥치는 대로 어린 작물의 줄기를 갉아 먹어서 부러뜨린다.

다행이 풀을 갉아 먹느라고 거세미들 사이에서 당근들은 잘 자라고 있었다. 

풀이 많다 보니 시간도 많이 걸렸다.

거의 4일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고서야 당근밭의 모습이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김매기를 하고 당근 솎아내기를 했다.

당근 뿌리가 똑바르면서 크게 잘 자라도록 5-7센티 간격을 두고

하나의 당근만 남기고 나머지는 뽑아 내었다.

내가 인천에 쉬려고 올라온 뒤로 이틀 정도를 솎아내기에 투자했나 보다.

이제 당근들은 넉넉하게 자리 잡아 뿌리를 알차게 키우고 있을 것이다.

 

솎아내지는 당근은 손가락 보다도 작은 크기인데 보통은 다 버려진다.

'밍밍 언니'의 아이디어로 이것들을 좀 모아다가

밀가루를 발라 튀겨 먹은 후로 우리들에게 새로운 특별 요리가 생겼다.

이 별난 요리가 인기 있어서 솎아낸 당근들을 좀 모아두었다. ^^

 

 

                

                김매기 전후 당근밭(7/1 금요일. 맑음)                                                  거세미 번데기(7/1 금요일)

 

 

                

                      당근밭 김매기(7/4 월요일. 맑음)                                             김매기를 끝낸 당근밭(7/5 화요일. 맑음)

 

 

                

                         당근밭에서의 밍밍                                                                새참을 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밍밍

 

 

                

                과자 봉지에 얼굴을 들이 미는 밍밍                                          점심 시간, 트럭 그늘 아래서 졸고 있는 밍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