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산책, 비오면 우울해지는 오체

최정 / 모모 2011. 7. 13. 22:46

 

2011년 7월 3일 일요일. 밤새 집중 호우, 아침에는 비가 오락가락. 오후에는 집중호우

 

 

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오전 한나절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해발 720미터에 위치한 집 뒤로 산이 있어서 꼭 한번은 능선을 걸어 보고 싶었다.

멀리서 보면 높은 산일 터인데 우리가 사는 집에서 보면 뒷산은 낮은 야산처럼 보인다.

아침을 먹고 '텃밭 언니'표 고급 원두 커피를 놓고 한참 수다를 떨었다.

뒷산으로 산책을 가겠다고 나서자 '텃밭 언니'가 따라 나섰다.

 

집 뒤의 비탈진 길을 조금 걸으면 묵혀 있는 이웃집 아저씨네 밭이 이어진다.

아, 완전히 온통 개망초꽃밭이 되었다.

사람 어깨에 닿을 정도로 개망초들이 빡빡해서 발로 헤치면서 길을 내면서 걸어야 했다.

그래도 이왕 나선 길이니 가는 데까지 가보자고 밭을 가로 질러

계곡 물소리를 찾아 산 아래까지는 갔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 지워지고 풀들의 키가 부쩍 자라서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뱀이라도 있을까봐 조심스러웠다.

낫을 가져올 걸 후회가 됐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돌아설 수 밖에...

'텃밭 언니'가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산의 능선으로 가는 길을 알려 주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짧게 산책이 끝나 버렸다.

 

'텃밭 언니'가 이 골짜기의 길들을 많이 걸어다니기를 바란다.

그냥 걷는 거다. 무작정!

그렇게 무작정 걷다 보면 상처도, 아픈 것도 다 잊게 마련이다.

걷다 보면 다리에 힘도 생기고 살만한 몸으로 변할 거란 생각이 든다.

살아있으니까 아픈 것이고

아프니까 살아 있다는 구절을 다시 떠올려 본다.

 

 

                 

             산책 중인 '텃밭 언니'와 따라 나선 작은 개 '밍밍'                                         집 뒷편에서 바라본 풍경

 

 

산책 중에 비를 맞으며 앉아서 쉬는 '밍밍'

 

 

                  

                             하우스 쌈채 텃밭을 정리했다. 우리는 한동안 싱싱한 이 유기농 쌈채소들을 정말 실컷 먹었다.

 

 

 

                   

                          웬만한 비는 여유 있게 맞는 '오체'                                    마루 옆에서 집중 호우를 보며 우울해진 '오체'

 

 

아, 지겨운 비! '오체'가 우울하게 비를 바라본다.

머리 위에 임시 지붕을 만들어 준 사람은 '최복토' 양.

비가 폭포처럼 쏟아져서 결국 이 임시 지붕이 내려 앉았다.

'오체'를 다시 마루 옆으로 옮겨 주었는데 아, '오체' 냄새!

 

 

 

오후에는 양상추 일부를 추가로 수확하고 양상추를 수확한 자리에 브로컬리 심기를 했다.

1500평 정도의 밭에 앞으로 다 브로컬리가 심어질 것이다.

비 오는 날 심으면 복토를 하지 않고 뿌리만 잘 눌러주면 된다.

복토를 하는 시간을 줄일 수가 있어 매우 효율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나와 '밍밍 언니'는 체력 관리를 위해 자진 아웃하고 들어 왔다.

내일 일을 위해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좀 쉬어 주어야겠다.

계속 장마 전선이 왔다갔다 하면서 피로가 누적되었다.

오후에는 침뜸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습한 날씨에는 아픈 사람이 늘기 마련이다.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밍밍 엄마'와 '최복토' 양과 '오체 아빠'는 빠르게 브로컬리를 심고 들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