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감자밭, 고추밭에 무 파종하기

최정 / 모모 2011. 8. 10. 13:00

 

2011년 7월 22일 금요일. 맑음. 무파종 시작

 

 

오전에는 하우스 고추밭에 끈을 매고 점심을 먹은 후 감자밭에 무 파종을 했다.

간만에 하루 햇살이 좋은 날이다.

그러나 갑작스런 햇살에 비에 젖었던 작물들이 어찌할 바를 모른다.

고추는 점점 시들어 죽고 있다. 비가 오다가 햇빛이 나면 그때 작물들은 급격하게 병이 든다고 한다.

'오체 아빠'가 밭정리를 하고 토치(부탄가스를 연결해 불로 비닐에 둥근 구멍을 뚫는 도구)로

구멍을 내면 나는 감자 줄기 사이에 무씨 2알씩을 넣고 흙을 살짝 덮는 일을 했다.

 

'밍밍 엄마'는 고라니를 막느라 밤을 새우고 있고

'밍밍 언니'와 '최복토' 양은 휴가를 얻어 명상 수련을 갔다.

그러니 밭에 나올 사람은 나와 '오체 아빠' 뿐이었다.

혼자 하면 지루하지 않을까 했는데 벌써 3일째이지만 그래도 하루는 금방 지나가곤 했다.

내 손놀림이 빠른 것도 아닌 데다가, 더구나 혼자 하다 보니

한참을 했다 싶을 때 뒤돌아 보면 뭔가 진척되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긴 이랑, 따가운 햇살..., 뭐 그냥 무념무상...

허리를 90도로 굽혀 무씨를 파종하면 좀 속도가 나기는 했으나

허리가 뻐근하여 좀 느려도 자꾸 쪼그리고 앉아서 하게 된다.

 

아무튼 해가 질 때까지 감자밭 무 파종을 마쳤다.

감자들은 땅 속에서 무사한 걸까?

비가 억수로 쏟아진 뒤라서 많이 썪었을 것 같다.

무는 감자들 사이로 뿌리를 내려 굵어갈 것이다.

이번에 심은 무는 9월말이나 10월초에 수확하게 될 예정이란다.

 

 

감자밭 비닐에 토치로 무씨를 넣을 구멍을 내는 모습

 

 

               

무 파종을 마친 감자밭

 

7월 23일 토요일. 흐리다가 맑음. 고추밭에도 무 파종을 했다.

 

밍밍이가 나를 따라 다닌다. 고추밭 무 파종

 

7월 24일 일요일. 흐리다 비오다가 함. 죽은 고추 아래 무 파종을 함. 낮잠 자는 밍밍이

 

 

비가 계속 오락가락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비가 잠깐 그치면 그 틈을 이용해 무 파종을 계속했다.

노지에 있는 고추가 거의 전멸 상태이기 때문에 고추 대신 무로 대체하기로 했다.

그래서 고추밭에도 무 파종을  했다.

이 시기에 심을 거라곤 가을 배추나 무.

배추는 모종이 있어야 하지만 무는 씨를 사오면 되니까 적적한 선택으로 보였다.

 

문제는 혼자 하다 보니 영 속도가 붙지를 않았다.

며칠을 계속 비가 안 오는 틈을 타서 무 파종만 했다.

중간에 고추를 따거나 고추끈을 묶거나 브로컬리를 보식하거나 하면서.

애초의 계획에는 무를 이렇게 많이 심을 계획이 없었지만

브로컬리와 고추의 손실이 있어 무 파종을 많이 하게 된 것이다.

 

아, 쨍 하고 맑은 날은 언제 올려나?

흐리다 비오다 흐리다...

저녁이면 이곳은 춥다. 한여름에 우리는 보일러를 틀고 잔다.

새벽이면 습하고 추워서 보일러를 돌려야 한다.

밤하늘의 별도 본 지가 언제던가?

 

올해 현재의 운기의 흐름을 보면

주기는 습한 토(태음습토)의 시기인데

객기로 차가운 물 기운인 수(태양한수)의 시기이다.

여기에 주운은 또 습한 토에 객운은 더운 화의 시기.

기본적으로 습하고 더운 데다가 습과 물이 강력하게 작용을 하니

대기에는 엄청나게 물기운이 뭉쳐있는 것이다.

아, 습 + 물 + 냉기..., 이게 7월 20일 경부터 9월초중순까지이다.

올 여름은 평년에 비해 냉하거나 큰 비가 많을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지나치게 많은 비가 오고 있다.

9월 20일경이 넘으면 주기가 양명조금으로 서늘하고 건조한 시기에 들지만

객기가 궐음풍목으로 바람의 시기이다. 태풍이 큰 게 오려나?

기후와 몸의 변화를 공부하기 위해 운기론에 관심을 가졌는데

농사일을 하다 보니 기후 변화에 예민해진다.

더 세심하게 관찰하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큰 공부거리임에 틀림 없다.

농사일이 끝나면 공부거리가 밀려 있다.

경락, 운기, 유기농...

 

7월 25일 월요일. 점심 때 집중호우. 우비를 입고 기름을 짤 들깨를 조금 심었다.

깨를 심을 시기가 보름쯤 늦은 것이라고 한다. 이것도 바쁘다 보니...

오늘 아니면 못 심는다고 아랫집 아주머니의 성화가 있어 다행히 먹을 거리를 좀 심었다.

 

7월 30일 토요일. 흐리고 비. 감자밭에 무싹이 이미 올라왔다.

 

               

              7월 27일 수요일. 종일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집중호우를 피해 마루로 올라온 달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