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양배추 수확 후 다시 양배추 심기

최정 / 모모 2011. 8. 10. 15:19

2011년 7월 26일 화요일. 흐리다가 저녁 6시부터 집중 호우

 

 

7월 15일 해발 200여 미터에 있는 밭에 심었던 양배추를 수확했었는데

오늘은 그 밭에 후작으로 양배추를 심는 날이다.

그나마 오늘은 저녁부터 비가 예고된 날이라서 속력을 내서 양배추를 심기로 한 것이다.

 

아랫집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오셨고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의 품을 겨우 얻을 수 있었다.

다섯 명이서 900여 평의 양배추를 심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였으나

문제는 수확한 양배추 뿌리를 뽑아내는 일이었다.

 

양배추 뿌리는 보통 단단한 게 아니다.

여자의 힘으로는 거의 뽑히지가 않는다.

남자의 힘으로 비틀어 뽑아야 겨우 뽑힌다.

우리가 밭에 도착했을 때는 겨우 반 정도만 양배추를 뽑아둔 상태였다.

아랫집 아저씨와 '오체 아빠'는 종일 양배추를 뽑아 내고 거름을 뿌리는 일을 해야 했다.

나는 파종기를 들었고 아랫집 아주머니가 모종판을 들고서 양배추 모종을 넣어 주었다.

흙이 질척해서 복토는 안 해도 되기 때문에 다른 아주머니 한 분이 양배추 모종을 구멍으로 눌러주는 일을 했다.

 

 

                

          수확한 뒤의 양배추, 이것을 뽑아내야 한다.                                     양배추 어린 모종을 꾹 눌러 주는 아주머니

 

우리를 힘들게 한 것은 더위였다.

계속되는 비로 무척 습한 상태였는데, 이곳의 기온은 해발 700미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특히 낮에 한 시간 정도 바람마저 잠잠해진 시간에는 싸우나에 있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큰 비가 오려고 이렇게 푹푹 찌나...

오후 5시가 넘어서자 멀리서 천둥 소리가 들려 온다.

곧 큰 비가 쏟아질 조짐이다.

더욱 속력을 냈으나 다 끝낼 수가 없었다.

우비를 입고서라도 다 끝내고자 했으나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이런 날씨에 일하는 것은 훨씬 힘들었다.

더구나 우리는 다시 한 시간 정도 차로 달려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던 것이다.

결국 11골 정도를 남기고 6시에 철수했다.

 

 

                

        이틀 뒤 비를 맞으며 고라니 방지용 망을 손보는 '오체 아빠'                   큰 비를 맞고 뿌리를 내린 어린 양배추들

 

 

이틀 뒤에 와서 '오체 아빠'는 다시 이 밭에 와서 남은 양배추를 마저 심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거의 끝냈을 때는 다시 큰 비가 쏟아진다.

그래도 고라니 방지용 망을 수선해야 하는 '오체 아빠'.

웬만한 비는 그냥 맞고 일을 하더니 이젠 안 되겠는지 '오체 아빠'는 우비를 입기 시작했다.

우비를 입으면 무엇보다 더워서 힘들다.

걸리적거리고 둔해지고 땀이 범벅이 된다.

그래도 나는 귀찮지만 비가 오락가락하는 것에 맞추어 우비를 입었다 벗었다 하곤 한다.

흠뻑 젖은 느낌도 싫지만 그 후에 한기가 드는 느낌이 안 좋아서이다.

이 한기는 몸을 상하게 한다.

또한 올해 같은 강력한 습기는 더욱 조심을 해야 한다.

채소, 과일 뿐만 아니라, 멀쩡한 사람도 잡을 수 있는 강력한 습기가 전국을 점령했다.

침뜸 공부를 한 덕에 풍한서습조화(바람, 추위, 더위, 습기, 건조함, 뜨거움)가 몸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침뜸을 하면서 산골에서 서늘한 비를 맞아도 감기에 안 걸리고 건강하게 일을 하고 있다.

 

 

                

                        7월 27일 수요일. 엄청난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아랫집 아저씨네 하우스에 쌈채를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