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무 수확, 남자가 필요해

최정 / 모모 2011. 8. 10. 16:13

 2011년 8월 2일 화요일. 흐림, 간혹 비가 흩뿌림

 

 

우리 농장에서는 가을 무 파종을 하던 중이었는데

다른 곳에 가서 여름 무를 수확하는 일을 돕게 되었다.

5월 14일 아주 맑았던 날에 이 밭에 무 파종을 하러 왔었다.

요즘 며칠째 수확을 하고 있던 참이라고 한다.

 

산 아래 비탈진 밭에서는 큰 비로 아예 밭 모양이 일그러져 있었다.

밭 가운데 긴 개울처럼 땅이 파여서 물이 콸콸 흘러간 흔적이 깊게 남아 있었다.

밭을 만들 때는 배수로를 반드시 확인해 두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새기며...

그러나 올해 같은 비는 사실 배수로고 뭐고 그냥 다 넘쳤다.

장화를 신어도 질척여서 일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나와 '최복토' 양이 같이 갔는데 무청을 자르거나

무를 선별해서 박스에 담는 일을 했다.

힘쓰는 일이 아니라서 덥지만 않다면 괜찮은 일이었다.

 

비에 무가 많이 썪었다. 모양이 뒤틀린 것도 많다.

봄에 굼뱅이가 갉은 흔적으로 구멍이 나서 자랐거나

뿌리 끝이 갈라져 있거나 하는 것은 먹는 데에는 지장이 전혀 없다.

그러나 이것들은 상품성이 없다고 한다. 가공용으로 가면 다행이겠지만... 

 

계속되는 비로 모든 채소류가 귀해져서 모양이 좀 그러해도

이번에는 아무래도 다 팔릴 것 같다.

일반농 무 가격이 갑자기 올라가 있는 상태이다. 며칠 전 보니 마트에서 하나에 3천 원...

유기농은 이미 약정된 가격이 있어 가격의 큰 변화는 없지만 그래도 귀하니...

 

아무튼 이 밭의 수확량은 예상에 훨씬 못 미친다.

들어간 경비와 인건비를 건지면 다행이다 싶었다.

 

무는 비교적 잘 커서 다른 작물보다 키우기가 싶다고 들었는데

수확을 해보니 역시 들어 옮기는 것이 큰 일이었다.

한 박스에 거의 15개의 무가 들어가는데 남자 일꾼들도 끙끙거리며 들어 날랐다.

몇 백 박스를 밭에서 길가로 옮기고 다시 트럭에 싣고, 다시 저장고로 가서 내려 쌓고...

많은 수의 남자 일꾼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내가 농사를 짓게 되면 무는 그냥 먹을 거나 심어야 겠다고.

무 농사가 비교적 무난하다면 아무나 다 잘 될 것 아닌가.

 

그래서 '밍밍 엄마'에게 얘기했다.

"야, 우리는 무 농사는 아니야---"

무와 감자 농사를 노리고 있던 '밍밍 엄마'는 그저 웃을 뿐이다.

독립 여성농에 맞는, 경쟁력 있는 품목을 찾아야 될 일이다.

일단, 하우스에다가 풋고추와 쌈채를?

하우스 농사는 일단 보험용이다.

노지에 심은 작물의 실패에 대비해서 흠흠...

 

 

뽑아내어 무청을 자른 뒤 쌓아 놓은 무들

 

비에 썪거나 모양이 이상하게 자란 무들

 

일정한 크기 별로 분류해서 박스에 담아 저장고로 옮긴다.

 

주변 밭에서 본 홍고추. 아, 이렇게 붉다니!

이곳에 와서 온통 푸른 채소들만 매일 보다가 붉은 고추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저렇게 붉었던가? 부모님이 오랫동안 홍고추 농사를 했는데 왜 그때는 저 강렬한 빛을 보지 못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