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전후로 한 때늦은 더위를 끝으로 산골에는 가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풀들도 나무들도 서서히 물기를 빼고 겨울나기를 준비한다.
새하얀 꽃을 피웠던 여름을 보내고 구릿빛으로 변하는 구릿대의 모습 - 9월 24일
고지대에서만 자란다는 마가목 나무와 그 붉은 열매 - 9월 24일
자작나무숲과 마가목
아랫집 아저씨네 집 앞에 마가목 두 그루가 있었는데 술을 담가 보라고 잘 익은 열매를 손수 따다 주셨다.
11년 11월 11일, "111111"이라는 숫자가 기억하기 좋으니까
이날 나는 마가목주를 담갔다. 내년 농사가 시작될 때 기념으로 마셔볼 참이다.
쨍쨍한 볕에 고추도 널어 말리기 시작한다. 힘을 모아 시래기 덕장을 만들었다. - 10월 초
유기농 시래기.
농장 식구들이 함께 모여 대를 세우고 천막을 덮어 그늘을 만들어 무청을 널었다.
집 옆에 덕장을 만들었으니 해발 700여 미터에 자리잡은 셈이다.
그냥 널어도 보고 큰 솥에 장작으로 물을 끓여 무청을 데쳐서도 널어 보았다.
그냥 말린 것은 나중에 잘 부서져서 포장하기에 나쁘다고 한다.
그냥 말리면 색깔도 덜하고 잘 부서지지만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고 잘 보존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데쳐서 말리면 색깔도 윤택하고 나중에 잘 부서지지는 않지만 데친 물에 영양소가 좀 빠져 나가겠지.
이 무청들은 산골에 불어오는 바람에 자연 건조될 것이다.
엄청난 일교차에 새벽이면 끼는 해발 700여 미터의 짙은 안개와 운무에 젖었다 마를 테고
때로는 새벽에 얼었다가 낮에 녹으면서 감칠맛나는 시래기로 만들어질 것이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무청은 말라가겠지.
아, 이 시래기를 넣은 된장국이 보글보글 끓어 넘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무를 수확하고 나면 엄청난 양의 무청이 나온다.
'밍밍맘'과 나는 무는 너무 무거워서 우리가 농사 짓기 힘드니까
내년에 주변 유기농 무밭 수확을 도와주고 대신 무청을 얻어서 시래기를 말려 보자, 수다를 떤다.
시래기 만들기는 손이 많이 가고 번거롭고 해서 출하할 것을 따로 준비하기란 좀 어렵다.
특히 무 수확을 할 시기에 이곳은 너무나 바빠서 그럴 시간이 거의 없다.
유기농 표고 버섯을 사다 강렬한 햇볕에 말렸다. 유기농 밥상 - 표고버섯 탕수육
겨울 동안 '텃밭 언니'가 먹을 표고 버섯을 준비하는 덕분에
비싸다는 버섯을 실컷 먹어 보았다. 데쳐 먹기, 탕수육으로 만들어 먹기, 된장국에 끓여 먹기...
골짜기에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이 멋진 배경 옆에서 우리는 브로컬리 수확을 했다. - 10월 11일
가을 가뭄에 자라지 않던 양배추가 너무 익어 터지는 계절 양배추 모자를 쓴 귀농견 '밍밍'
일을 하다 고개를 돌리면 산빛에 반하고 만다. - 10월 17일
낮에는 햇살에 등이 따갑고
해가 지면 추워서 떨면서 집으로 들어 오곤 했다.
정신없이 수확이 이어지는 계절이라 갈수록 몸은 노곤해지는데
참으로, 배가 부르다.
이제 이곳 고랭지 지역의 농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그저 아쉽다.
10월 말이면 모든 농사가 끝이 난다고 한다.
이 아쉬움에 또 내년 봄을 기다리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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